[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Q. 최근 IPTV(인터넷 TV)를 통해 우연히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인히어런트 바이스’를 봤습니다. 알고 보니 국내에선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IPTV와 VOD 서비스로만 제공됐더라고요. 폴 토마스 앤더슨은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 높은 감독이고, 호아킨 피닉스, 리즈 위더스푼, 조쉬 브롤린 등 출연진도 화려한 영화인데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A. 극장 개봉 대신 안방으로 곧장 찾아가는 영화들이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극장 개봉이 어려운 ‘19금’ 영화나 유아 타깃의 애니메이션 등에만 한정됐다면, 최근에는 유명 감독 및 배우들이 이름을 올린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확장됐죠.
오는 30일 IPTV(SK BTV, KT ollehTV, LG U+TV)와 디지털 케이블, 온라인 등을 통해 개봉하는 ‘최면 전문의’는 ‘개같은 내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등을 연출한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신작입니다. 출연진도 탄탄합니다. 아카데미·골든 글로브 수상작 ‘인 어 베러 월드’의 미카엘 페르스브란트,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국내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레나 올린이 등장합니다. 특히 일가족 몰살사건의 실체를 단 한 명의 생존자인 아들의 기억을 통해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는, ‘최면술’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강렬한 서스펜스가 더해져 스릴러 팬들의 호기심을 모읍니다.
뱀파이어를 내세운 잔혹 로맨스 ‘키스 오브 뱀파이어’와 댄서를 꿈꾸는 이란 청년들의 실화 ‘데저트 댄서’도 지난 23일 IPTV와 디지털 케이블을 통해 선보인 작품들입니다. ‘키스 오브 뱀파이어’는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 언니와 본능에 충실한 동생, 이들 자매와 한 남자를 중심으로 뱀파이어의 세계를 흥미롭게 그려냅니다. 지난 2013년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입니다. 메가폰을 잡은 산 카사베츠 감독은 미국 독립영화계의 전설 존 카사베츠 감독과 ‘노트북’의 배우 제나 로우랜즈의 딸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데저트 댄서’는 이란 태생 안무가 ‘아프쉰 가프리안’의 실화를 담은 영화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얼굴을 알린 인도 출신의 유명 배우 프리다 핀토가 출연합니다.
그렇다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곧장 안방을 찾는 영화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 3월 말 기준 IPTV 가입자 수는 무려 1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각 포털 사이트도 영화 VOD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극장에서 놓치거나 극장 개봉 자체를 하지 않은 영화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죠. 극장을 우회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리다보니, 영화 수입사들도 안방극장에서 승산이 있겠다 싶은 작품을 꾸준히 들여오는 거죠. 실제로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지난 해 10월 국내 미개봉작을 ‘국내 최초 개봉관’ 콘셉트로 IPTV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해 매출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죠.
가정에서의 영화 관람 환경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합니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 비할 데는 아니지만 가정의 TV도 화질이나 음향 등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가정용 빔 프로젝터와 같은 장비의 가격도 낮아지면서 집안에 나만의 작은 영화관을 꾸미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물론 극장의 최고급 상영 시스템이나 영화를 공동으로 관람할 때의 몰입도 등은 대체 불가능하겠죠. 다만 극장에선 아예 볼 수 없는 영화를 안방극장에서 손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외출이 귀찮아지는 장마철에 구미를 당기는 대안임에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