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도 쿠데타 다름아니다” 그리스 정치권·국민 강력반발 가디언 “개혁안 물고문 수준”

그리스가 자존심을 버리고 굴욕에 가까운 긴축안에 합의하면서 3차 구제금융 협상에 물꼬를 텄지만, 이에 반대하는 세력의 정치적 반발과, 긴축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으로 또다시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스 집권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 강경파인 ‘좌파연대’ 17명은 13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받아 들고 온 국제채권단의 개혁안 입법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시리자의 연정파트너인 독립그리스인당(ANEL)도 합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며 이는 독일이 주도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신민주당 등 보수우파와 중도좌파 야당들의 지지로 개혁법안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지만 시리자 내 강경파가 탈당할 경우 현 정부의 붕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이 경우 치프라스 총리가 야당을 규합해 다시 거국내각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더 심각한 것은 의회가 개혁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그리스 경제가, 그리스 국민이 이를 견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구제금융의 대가로 받는 가혹한 긴축안을 국민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리스는 지난 5년 간 긴축정책을 펼쳤지만 경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대비 25% 줄었다. 실업률도 유로존 내 최고 수준인 25%에 달한다.

이에 더해 이제는 연금삭감을 비롯해 부가가치세(VAT) 인상, 국유자산 민영화, 채무상환을 위한 500억유로의 기금조성 등까지 감당해야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연합(EU)의 한 관계자를 인용, “그리스에 대한 개혁안 리스트는 가혹한 정신적 ‘물고문’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국민 상당수가 당장은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지만, 긴축의 고통을 직접 겪다보면 마음이 바뀔 수 있다. 그리스 정부도 유로체제 아래에서 빚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드라크마’ 부활을 택할 수 있다.

씨티그룹은 13일 발표한 투자분석보고서에서 “향후 1~3년 안에 그렉시트 현실화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윌리엄 부이터 씨티그룹 수석연구원은 “그렉시트를 완전히 피하려면 그리스가 상당한 수준의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뤄야 하는데 지금의 계획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는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충족돼야만 그렉시트를 피할 수 있다”면서, “구제금융 협상 개시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렉시트를 향한 경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