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혼부부 수도권 집장만기수도권서 내집마련 2억~3억은 기본스튜디오촬영·예단·예물도 생략출퇴근 가능지역에 저렴하게 구입경춘선 등 수도권전철 확장도 한몫

예비 신혼부부 수도권 집장만기 수도권서 내집마련 2억~3억은 기본 스튜디오촬영·예단·예물도 생략 출퇴근 가능지역에 저렴하게 구입 경춘선 등 수도권전철 확장도 한몫

“아름답게 써 주세요. 하하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애써 무덤덤한 척 했지만, 마지막 이 말 한마디에 기자의 마음이 울컥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신혼부부의 당차고 소신 있는 내 집 마련기가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답게 안써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굳이 사족을 다는 아름다운 예비 신부의 천진함이 더 큰 여운으로 남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H(31ㆍ여) 씨. H 씨는 약 2년쯤 교제해 오던 남자 친구와 지난 1월 결혼 날짜를 잡았다.

양가 인사를 한 3월부터 신혼집과 예식장 물색에 나섰다. 신혼집의 범위는 H 씨의 거주지 인근인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선 천마산역 역세권 일대로 한정했다. 틈만 나면 동네 공인중개업소에 들러 좋은 매물을 찾았다. 지금의 신혼집을 만나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다. 전용면적 약 70㎡ 규모의 오래된 빌라였다. 넓은 거실에 방 2개, 욕실 1개가 있는 이 집의 매입가는 9000만원. 집은 낡았지만 전철역까지 도보 3분 거리여서 서울 출퇴근이 쉬워 보여 최종 낙점했다. 인테리어는 적은 비용을 들여 예비 신랑과 직접 하기로 했다.

경춘선 천마산역 일대 전경.
경춘선 천마산역 일대 전경.

집 장만 비용은 양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예비 남편과 H 씨가 모은 돈만으로 100% 충당했다. 처음에는 싼 전세 매물을 찾았다. 이 빌라의 현 전세 시세는 8500만원인데 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매입으로 돌아섰다. H 씨는 “나중에 아기를 낳고 하면 더 큰 집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그때는 매입가 수준에서 전세를 놓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내집 마련에 진력하느라 남들이 필수로 여기는 스튜디오 촬영이나 예단, 예물 등은 생략했다. H 씨는 “집 장만만 해도 쉽지 않았는데 예단과 예물까지 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며 “양가 부모님이 모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너네가 알아서 하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결혼식 역시 단촐하게 열 계획이다. 휴일날 결혼식장으로 제공되는 서울 강동구의 한 학교 급식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드레스와 메이크업 비용을 내면 대관료는 따로 없고 식대는 1인당 3만원대다. 그녀는 “원래 제가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었어요”라고 웃었다.

H 씨는 요즘 예비 신랑과 매번 바쁜 주말을 보낸다. 매입한 오래된 빌라의 인테리어 작업을 주말마다 직접 하고 있다. 욕실 욕조와 주방 싱크대 교체 비용 등 총 예산이 400만원을 넘지 않는다.

H 씨와 예비 신랑은 모두 광화문과 왕십리 등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한다. 편도에만 넉넉잡아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H 씨는 경춘선 전철로, 남편은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계획이다.

H 씨는 “9시까지 광화문으로 출근하려면 7시40분대 서울행 경춘선을 타면 된다”며 “오랫동안 이렇게 생활해와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녀는 미래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요즘 수도권에서 신혼집을 장만하려면 전셋값만 해도 수억원 수준인데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서 저렴한 금액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며 “셀프로 인테리어도 하고 전등도 갈고 해보니 소소한 재미도 있는 것 같더라”며 웃었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