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제 ‘전(前) 원내대표’가 됐다. 끝내 사퇴를 수용하면서 이젠 유승민 의원으로 돌아갔다. 13일간 침묵했던 유 의원은 마지막으로 사퇴의 변을 남겼다.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고자 했다는, 정치인 유승민의 소회다.
원내대표직에선 물러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도 했다. 원내대표 유승민은 끝났다. 그 대신 정치인 유승민이 남았다. 사퇴의 변으로 오히려 선명해진 정치인 유승민이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표명한 이후 13일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는 그래서 특별했다. 긴 침묵 끝에 드디어 유 원내대표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정치인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정치란 신념 하나로 정치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법과 원칙, 정의’를 반복해 힘주어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직을 끝내 던지지 않은 건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 법과 원칙 정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직 사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 법과 원칙,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사퇴에 대한 압박이 정의에 반한 것이란 뜻도 담겼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사실상 특정해 비난한 데에 따른 반발이다. 대통령이 국회 원내대표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는 의지도 읽힌다.
유 원내대표는 한 차례 더 ‘법과 원칙, 정의’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2주간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의 변에서도 떳떳했다. 그는 “더는 원내대표가 아녀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고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못다 이룬 약속은 정치인 유승민이 이제 시작해야 할 남은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