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양모(24ㆍ무직)씨는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유명한 ‘사기꾼’이다. 19살때부터 경찰에 수도 없이 잡혀 왔다. 20대 중반이지만 사기 전과만 10범을 훌쩍 넘어섰다.
양씨는 작년에도 사기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못 내 구치소에서 노역형을 살았다. 피해자들과 합의할 돈도 없는 마당에 나라에 벌금으로 낼 돈이 있을리 없다. 몸으로 때웠다. 양씨는 군대도 가지 않고 대신 병역법위반죄로 감옥에서 형을 살았다.
옥살이를 하고 나왔지만 양씨의 중고품 사기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나오자마자 버젓이 본인 명의와 여동생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사기를 친다. 잡히면 잡히는거다. 어차피 또 나올테니까.
양씨는 2010년부터 한결같이 중고품 사기 외길만을 걸어왔다. 막노동일을 잠깐 해봤지만 영 힘들어 그만뒀다. 가족들도 모두 양씨를 포기했다. 어머니에게는 어딘가에 취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인터넷 중고품 거래시 소액 사기를 당하면 피해자들이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는 걸 양씨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단돈 1만원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권부터 2만원대 중고책까지 다양한 품목으로 사기를 친다. 계좌에 돈이 찍히면, 연락을 끊는다. 너무 쉽다.
피해자들은 소액이다보니 대부분 ‘재수없게 잘못 걸렸네’한다. 경찰에 신고해 사기꾼을 잡는 것과, 그로부터 피해금액을 돌려 받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그러다보니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받기가 귀찮아 신고를 포기한다.
양씨가 최근 사기에 이용했던 물품 중 가장 ‘핫’한건 중고 스마트폰이다. 특히 S사의 스마트폰을 판다고 3만5000원에 내놓으면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상대방이 혹 직거래를 원하면 “직거래는 조금 힘들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이정도 돈을 계좌에 쉽게 보내줄 사람들은 너무 많다.
이렇게 한푼 두푼 벌어들인 돈은 밥과 술값에 쓰였다. 이렇게도 살만한가 싶다. 그가 오늘도 또 한명을 낚고 있는 순간 경찰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양씨는 2년전에도 이 경찰서에서 구속된 적이 있다.
이젠 조사받는 것도 여유가 넘친다. 범행을 부인하지도 않는다. 얼굴엔 옅은 미소까지 띤다.
소액 사기에 대한 법원의 온정주의가 양씨같은 전문 사기범을 키운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팔 것처럼 속인 뒤 돈만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양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양씨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자신의 말에 속은 39명으로부터 총 22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그의 추가적인 사기행각은 인근 다른 경찰서에서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5개월동안 발생한 수십명의 피해자 가운데 신고자는 3만5000원짜리 중고 스마트폰에 속은 피해자 단 2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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