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초 발표되는 업무보고는 그 부처가 마주하고 있는 현안을 한 해 동안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큰 그림은 물론 실천계획이 담겨 있다. 숲도 볼 수 있고, 나무의 생김새도 연상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20일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가 나왔다. 결과부터 말하면 재탕과 맹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전체적으로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로 가겠다는 것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공공기관 정상화 실천 계획은 지난해 말 발표됐던 ‘2014년 경제정책운용방향’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요약본이다. 경제정책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간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진전된 것이 없지만 강한 실천의지를 표현했다고 보고 재탕은 일단 눈감아주기로 한다.
이번 기재부 업무보고는 공정위원회, 금융위원회와 합동 브리핑을 하는 만큼 3개 부처의 공통 주제인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중심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감안하고 봐도 재탕을 제외하면 내용이 없는 맹탕이다.
최원목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역시 구체적인 업무보고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발표도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보고는 경제혁신 3대 추진 전략 중 하나인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중심으로 하고, 나머지 2개 전략은 3개년 계획에 담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따라서 이번 업무보고와 25일 발표될 경제혁신 계획을 합친 것이 기재부의 올해 업무내용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바에야 업무보고 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고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굳이 따로 떼어 발표하는 걸 보면 1년짜리 업무보고와 3년 경제혁신 계획을 같다고 하기도 곤란했던 모양이다.
중기 계획과 한 해 업무 계획을 같이 풀어내다 보니 정책을 집행해 나가기 위한 재원 계획도 없다. 실천 여부를 떠나 선언적으로나마 제시됐던 부처 간 협업 과제도 안 보인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여전히 부처 간 협의가 바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가 두 달이나 지난 시점이지만 업무보고 내용은 여전히 구상 중이란 말이기도 하다.
안상미 정치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