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서울에 소재한 H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33) 씨는 며칠 전 사장님이 기침과 열이 심하다며 병원에 가는 걸 목격하게 됐다. 이후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말이 돌고 돌아 사장님이 메르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소문이 사내에 순식간에 퍼졌다.
전 직원이 한 건물을 사용하고 총 인원수도 3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구성원 중 한명이라도 메르스 확진 판정시 회사 전원이 격리조치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럴 경우 당장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걱정이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몇몇 사람들 입에선 사장님이 메르스로 확진됐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래야 자기들도 집에 격리돼 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 사장님은 메르스 검사를 받았는데 결국 단순 괴질성 질환이란 판정이 나왔다. 사장님과 회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씨는 “사장님껜 죄송하지만 요새 야근이 너무 힘들어 우리들끼린 메르스로 집에서 한번 격리돼 보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으로 자택 격리자들이 늘면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회사 격무에 대한 하소연성으로 농반진반 자기도 격리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택 격리는 메르스 환자나 환자가 다녀간 병원에 접촉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조치로 상대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낮으면서 2주 가량 ‘합법적으로’ 집에서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메르스로 인한 공포심과는 별도로 직장인들 사이에선 푸념하듯 입버릇처럼 내뱉는 ‘나도 격리되고 싶다’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돼버렸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회사원 임모(38) 씨는 며칠째 밤샘 근무로 몹시 지친 상태다. 그런데 얼마 전 다른 과 직원이 아이와 함께한 메르스 발생 병원 방문 기록 때문에 보건소로부터 자택 격리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임씨는 “총무과의 한 직원이 격리됐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며 “일하는 중간 중간 힘들 때마다 나도 어딘가로 좀 격리돼서 뜻밖의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인천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권모(여·31) 씨는 동료 의사가 출산 휴가를 가서 혼자 도맡아 환자를 보고 있다. 게다가 메르스 때문에 온 병원이 비상근무 체제라 체력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권씨는 “의사로서의 도리가 아니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메르스로 한 열흘만 격리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금융기관에 재직 중인 김모(29) 씨는 “6월 들어 내내 메르스 때문에 전국이 시끄러워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여름휴가가 빨리 오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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