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 지도층의 리더십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보건당국의 초동대처 미흡 논란과 함께 정치ㆍ경제ㆍ사회 각계층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가 진정되지 않자 가장 중요한 외교일정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방문까지 전격 연기하고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지만 초동대처 실패라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 지지율마저 흔들리고, 외신들도 메르스로 인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마저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가 그랬다면, 올해는 메르스로 인해 ‘현재 권력’이 상처를 입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발벗고 나서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박 시장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일각에선 삼성서울병원과 각을 세우며 정보공개와 함께 조사를 요구하는 박 시장이 ‘정치적 보여주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지만,전체적으로는 몸값이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정치 전문가는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의 현재 중량이 다르고, 처한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로 인한 리더십 양상이 박 대통령에 타격, 박 시장에 긍정 영향이라는 이분법적으로 해석할 수도, 비교 대상도 되지 않는다”며 “다만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적극성, 책임성 측면에서 국민들은 약간 다른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통령, 초동대응 미흡 책임 못벗어나=청와대는 메르스 발생때부터 확산세인 지금까지 곤혹스런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확산에 따라 출국을 나흘 앞두고 미국 방문까지 연기했지만 14일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는 145명, 사망자는 14명으로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확산세는 초동대처 논란에 다시 휩싸이며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방미 취소 이후 국립중앙의료원과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 경기도 종합관리대책본부,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 등 메르스 관련 일선현장을 방문하며 상황을 점검하고 확산방지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와 함께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을 향한 곱잖은 여론도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신들이 최근 메르스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거론하며,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외신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공공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이 세월호 침몰사고 1년을 넘긴 시점에서 나오고 있다”며 “리더십 부재가 정부와 관료들의 능력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뒷북 정보공개, 허술한 방역체계, 컨트롤타워 혼선 등과 같은 비판의 책임을 청와대가 자신있게 뿌리칠 수 없다는 점에서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한 방송에서 박 대통령과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겨냥해 “이러고도 정부고, 대통령이냐”고 한 질타가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국민의 눈높이를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시장, 광폭행보로 차기 정치지도자 1위 탈환=박 시장은 메르스 확산이라는 국가재난위기에서 비교적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박 시장은 메르스 확진 판정 의사의 행적을 공개하면서 이 의사와 진실게임을 펼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정보공유 및 확진권한 조율 등 공조를 이끌어냈고 메르스 대응을 체계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만 서울시장으로서 메르스를 너무 과도한 불안감으로 몰고가며, 정치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일각에선 제기하기도 한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1500여명의 시민과 접촉했다는 내용을 공개한데 이어 이튿날 서울시 구청장 연석회의를 열고 현 상황을 준전시상황으로 규정하는가하면 당초 예정됐던 유럽출장을 취소하고 메르스 방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메르스 전사를 자임하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메르스 사태에 관한한 서울시장으로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며 “이것이 우호적 여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은 또 삼성서울병원 이송직원의 확진으로 추가 유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14일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정부의 삼성서울병원 관리를 촉구하면서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특별조사단 구성을 제안하기도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행보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은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17%를 기록해 각각 13%에 머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따돌리고 올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박 시장의 지지율은 메르스 사태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지난달에 비해 6% 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여러모로 주목된다.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이 33%, 부정이 58%로 이전보다 나빠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라는 돌발악재에 대한 대처에서 대통령과 서울시장을 비교하는 것은 상당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메르스로 인해 여러가지 국민들의 복잡한 생각이 이같은 여론조사로 반영되고, 여론조사 기관도 이를 활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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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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