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기자 메르스 자택격리 4일째

구청직원에 전화 SOS 담당직원은 “병원에 연락하라” 병원 “정 불편하다면…” 보건소 핫라인도 떠넘기기 결국 환자는 방치될수밖에

“마스크랑 장갑 끼시고 병원 정문에 오시면 병원 앞에 격리자들만 따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 겁니다. 거기서 진료 받으시면 돼요.”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와 간접 접촉했단 이유로 온 가족이 자가격리 생활에 돌입한지 나흘째인 지난 10일, 본지 기자 가족은 딜레마에 빠졌다.

G병원 안내대로 병원에 가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문제였다.

당초 기자의 어머니는 골절상으로 6일 오후 9시 30분 G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후 진통제와 소염제 각 3일분씩을 받아왔다.

깁스도 할 수 없는 부위여서 굳이 입원할 필요 없다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다만 “통증이 심해지면 다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당시 온 가족이 격리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던 터라, 3일분의 약으로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당일 오전 메르스 확진 판정 환자가 G병원 응급실을 찾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같은 응급실을 이용한 우리 가족이 격리를 당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어머니의 통증은 격리 당일부터 심해지기 시작했다. 뼈가 부러진 부위는 물론이고 통증이 다른 부위까지 확대되어 지끈거린다고 했다.

결국 기자는 10일 오전 9시께 우리 가족을 1대 1로 담당하는 구청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직원은 “G병원에 연락하라”고 했다.

다시 G병원에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병원 관계자는 “정 몸이 불편하면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병원으로 오시라”며 “병원 정문 쪽에 격리자들의 진료를 위해 별도로 마련한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간이 천막인 듯 했다.

기자의 어머니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G병원 관계자에게 “괜히 메르스 감염 의심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갔다가 진짜 병이라도 걸려 오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면서 “그럴 바에는 안 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

당연하겠지만 메르스 환자 확진ㆍ경유 병원이나 지정병원이 아닌 다른 곳은 갈 수도 없다. 아무리 병원에서 소독 등을 했다고 해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자 가족이 메르스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주변에 민폐가 되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구청 직원은 다시 보건소 메르스 핫라인을 소개해줬다. 비슷한 상황의 반복이었다.

핫라인 관계자는 “G병원으로 가시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머니의 통증은 심해만 가고 결국 기자의 아버지가 전화를 바꿔 “CT를 찍은 기록이 있으니 G병원에서 전문의와 얘기를 해보고 약을 타다 주시든지, 아니면 왕진이라도 와달라”고 요청했다. 그제야 관계자는 “병원과 얘기해보고 전화를 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날 전화는 오지 않았다. 종일 통증도 가시지 않았다. 어머니는 마지막 남은 진통제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이후에도 약이 오지 않는다면 임시 방편으로 집에 있던 일반 진통제를 대체 복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염제는 대체할 만한 것이 없었고, 일찌감치 약도 떨어져 전날 저녁부터 복용을 중단해야만 했다.

그 사이 어머니의 상태를 걱정한 담당 구청 직원이 오후에만 두어차례 더 연락을 해왔다. 그는 “어머니 건강은 어떠냐”며 시종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구청과 보건소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격리 대상자 중에는 기자의 어머니처럼 진료가 시급한 이들도 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른 환자들의 상태가 걱정될 따름이었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