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1999년 MBC에서 방영된 28부작 드라마 ‘왕초’는 거지왕 김춘삼을 주인공으로 당대 인기스타들인 차인표 송윤아 이혜영을 비롯해 수많은 스타들의 등용문이 됐던 드라마였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해 한국전쟁 등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삶의 가장 밑바닥에 살던”(차인표) 거지들을 통해 시대에 맞선 민초들의 투쟁을 그렸다. 높은 인기를 모았던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이서진 윤태영 송일국이 얼굴을 알렸고, 방송인 현영도 예능으로 인기를 얻기 이전 이 드라마를 통해 먼저 데뷔했다.
거지들의 왕초 춘삼(차인표 분)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던 연지(송윤아 분)를 마음에 품고 드라마 초반 풋풋한 로맨스를 그려갔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마다 차인표가 하던 대사가 있었다. 헤어지던 순간의 애틋함, 다시 만날 기약을 담은 짧은 한 마디, “또 봐요”였다.
‘왕초’의 주역들이 16년 만에 다시 만났다. ‘또 보자’는 약속은 16년 만에 지켜졌다. 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어게인’을 통해서다.
11일 방송된 ‘어게인’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어색함이 묻어나는 ‘왕초’ 팀의 동창회가 열렸다.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서로의 사정으로 만남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직업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이 마차가지이지만, 배우들에게선 종종 각별한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TV 드라마를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여배우는 “같은 작품을 하고 있을 땐 몇 개월을 매일같이 만나며 가족같은 사이가 되지만, 작품을 끝낸 이후엔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각자 또 다시 새로운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새 작품을 들어가면 또 그 곳에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관계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좀 외롭다”고 기자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렇게 16년이 지나 다시 만나니 배우들은 예전의 기억으로 설렜고, 오랜만의 만남에 애틋했다. “어쩜 그렇게 똑같냐”, “하나도 안 변했다”, “하나도 안 늙었다”며 인사한다.
서로에게 소홀했던 긴 시간에 대한 미안함 마음도 있었다. 송윤아는 특히 홍경인이 등장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송윤아는 홍경인을 보며 “너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정말 보고싶었거든”이라면서 “경인이랑 자주 연락하며 지냈었는데 어느 날.. 모르겠다”면서 “내가 먼저 연락 안 했겠지?”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홍경인은 “연락 못 한게 누가 먼저가 어딨어. 서로 안 하게 된 거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 먼저랄 것도 없이 세월의 길이를 느끼고 같은 추억을 공유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배우들의 모습에서 시청자들도 어쩌면 각자의 삶에 치여 소홀했던 친구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파일럿으로 방송된 ‘어게인’은 복고 열품에 편승한 ‘추억팔이’라는 지적과, 그들만의 만남이 큰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도 벌써 나온다. 하지만 스타들에겐 추억을, 시청자들에겐 달라진 스타들의 면면을 보기엔 충분했다. 과거 인기 드라마를 숱하게 내놓으며 ‘드라마왕국’으로의 명성을 지켜왔던 방송사라는 점 역시 TV 리모컨을 쥐고 있는 중년여성들에겐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로 보인다. 이날 ‘어게인’은 3.7%(닐슨코리아 집계)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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