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자풍 동화 - 플레이 할 때 마다 따뜻한 기분 전해주는 소중한 게임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항상 아이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릴 때 기자가 플레이 했던 게임들이 더 폭력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이들을 방치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항상 비슷한 게임들을 즐기도록 권할 수 밖에 없고, 아이들도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듯하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강력 추천할 만한 게임이 등장했다. 마치 게임 개발자 아버지가 아이들을 위해 만든 한편의 동화책과 같은 게임 '브레이브 존' 이야기다.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듯한 게임 세상 속으로 떠나 보자.

존은 한 마을의 평범한 소년이다. 어느날 갑자기 마을에 괴물들이 쳐들어 오자 놀란 존은 나무통 속으로 몸을 숨긴다. 한 마법사가 나타나서 괴물들을 무찌르고 조용해진 마을을 확인한 존은 통속에서 나와 마을 사람들과 마주친다. 난데없이 마을 사람들은 '이 난리통에 상처 하나 나지 않았어! 역시 마을 최고의 검사'라며 존을 용자로 추대한다. 엉겁결에 고장난 칼과 방패를 선물로 받고 존은 용자가 되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과연 어리숙하고 겁이 많은 존은 '브레이브 존'이 돼 세계를 구할 용사가 될 수 있을까?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게임 게임을 실행하면 유저들은 세로로 된 화면 인터페이스를 보게 된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등장하지 않고 그림들이 오가는데, 그림들을 보면 대략적으로 시나리오가 연상되는 부분이 있다. 복잡한 인터페이스 없이 좌, 우 버튼과 스킬버튼 서너개가 전부다. 대화나 상점 등은 모두 NPC 위에 뜬 말풍선을 이용해 호출하며 복잡한 조작은 필요치 않다. 적이 나오면 앞으로 가서 부딪히면 싸울 수 있고, 뒤로 빠지면 회피할 수 있다. 그게 게임의 전부다. 스테이지별로 예정된 몬스터들을 잡아내거나, 마법사의 바가지를 감당해 나가면서 정해진 목표를 수행, 점차 용사로서의 길을 걸어 나가게 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존의 아주 힘든 모험 게임의 마법은 이제 부터가 시작이다. 사실 전반적인 게임은 꼬마 존이 몬스터를 잡아 나가면서 성장하는 구도를 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반 설정탓인지 워낙 귀여운 캐릭터 탓인지, 엉성한 전투 모션 탓인지 분석키 어렵지만 놀랍게도 존이 몬스터와 싸우는데 오히려 존이 불쌍해 보인다. 큰 칼을 힘겹게 휘두르면서 조금씩 난관을 돌파해 나가는 존을 보고 있으면 절로 응원하고 픈 마음이 생긴다. 무사히 스테이지를 넘겨 나가면 마을 사람들은 존을 응원하기보다는 얕보고 부려먹기에 일쑤다. 착한 존은 그에 굴하지 않는다. 힘들면 잠시 쉬어갈 뿐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 나간다.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듯 이렇게 힘들게 전진하면 다음 마을이 또 나오고, 시나리오는 진행된다. 몬스터 스테이지와 인터미션 스테이지로 구성된 일반적인 레벨 디자인이지만 게임 분위기는 현저히 다르다. 화려한 색상 대신 철저히 단색에 파스텔풍으로 구성된 스테이지에 귀여운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한다. 또, 한 스테이지는 길어봐야 1분~2분을 넘기지 못한다. 마치 동화책을 한 장 넘긴 듯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곤란해진 마을 사람들은 용사에게 부탁을 한다. 재주만 있다면 직접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책을 읽듯이 진행하다가 존이 싸우는 장면이 나오면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진다. 탄탄히 짜여진 시나리오는 전혀 어색함이 없고,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들로만 구성돼 있는 점도 눈길이 간다.

개발자의 역량이 드러나는 게임성 넥스트 플로어의 개발력은 당연히 두말할 필요 없는 수준이다. 국내 최고의 게임들을 선보이면서도 실험적인 장르를 대거 출시하면서 그야 말로 게임 좋아하는 이들이 잘만든 게임들을 내놓는 회사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하나하나 뜯어 보면 게임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큼지막하게 구성된 인터페이스와 폰트, 복잡하지 않은 조작 방식, 존이 검을 휘두르는 방식, NPC들이 서 있을 때행동, 마을에서 지나다니는 동물들, 배경 색채를 구성하는 방법 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놓치는 법이 없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이 게임의 위력을 빛을 발하는데, 몬스터들이 각자 독특한 스킬을 구사하면서 존을 괴롭히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는 적은 스턴을 걸어 끊고, 데미지를빠르게 입혀서 처리 하는 등 순수 게임만으로의 재미도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단점은 있다. 워낙 분량이 짧다 보니 지속적으로 플레이 하기 어려운 점이다. 플레이를 시작하고 두세시간이면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브레이브존'은 사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 보다는 개발자의 취향이 드러나는 게임이 아닌가 싶다. 개발을 하면서 웃음 지었을 개발자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런 게임들이 많아져야, 또 기업에서 이런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어야, 그리고 이런 게임이 있다는 것이 더 많이 알려져야 게임업계의 미래가 좀 더 밝지 않을까. 이번 주말 아이들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한번 플레이 해 보는 것은어떨까.

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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