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중국 둥펑자동차가 최근 프랑스 자동차의 자존심인 푸조ㆍ시트로엥(PSA)의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 자격을 획득했다. 오랜 판매 부진으로 경영난에 빠졌던 푸조ㆍ시트로엥이 최근 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결국 중국 자본에 손을 내민 것이다.
다시 되팔긴 했지만 과거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인수, 지리자동차의 스웨덴 볼보 인수, 그리고 중국 자동차 부품기업인 완샹(萬向)그룹의 미국 전기차 업체 피스커 인수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노리는 자금력 있는 중국 기업들의 식욕이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19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조ㆍ시트로엥이 18일(현지시간) 이사회에서 둥펑과 프랑스 정부에 회사 지분 14%씩을 매각하는 증자안을 승인했다.
그동안 푸조ㆍ시트로엥의 최대 주주는 푸조 가문으로 지분 25%를 보유하며 38%의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푸조ㆍ시트로엥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전년보다 8.4% 줄어든 131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지속적인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다. 감원과 공장 폐쇄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결국 중국 둥펑자동차의 출자와 자본 제휴를 받아들였다. 푸조ㆍ시트로엥은 애초 외부에서 자금 조달을 하려 했지만, 정부가 국민 기업이 외국 기업에 넘어가는 것에 반대해 프랑스 정부도 이번 증자에도 참여했다.
이에 둥펑과 프랑스 정부가 각각 8억 유로(약 1조1700억원)를 내고 푸조ㆍ시트로엥 증자에 참여하면서 푸조 가문, 프랑스 정부, 둥펑이 모두 14%씩 지분을 갖게 됐다. 지난 1810년 창업 이후 푸조ㆍ시트로엥을 경영해 온 푸조 가문의 단독 지배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이틀 전에는 중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완샹그룹이 지난해 11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피스커의 인수전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완샹그룹이 법원의 승인을 얻으면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다. 피스커는 미국에서 테슬라와 함께 주목을 받았던 전기차 업체였으나 계속된 리콜과 연구ㆍ개발비 급증으로 경영난에 빠졌다. 완샹그룹은 지난해에도 미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A123을 인수한 바 있다.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유력 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 업체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 인수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 2010년 지리그룹의 스웨덴 볼보 인수다. 1986년 냉장고 공장에서 출발해 오토바이를 만들어 팔던 지리가 매출이 20배나 되는 스웨덴의 자동차 공룡 볼보를 손에 넣은 것이다. 당시 지리는 포드와의 마라톤 협상 끝에 15억달러에 볼보를 인수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상하이자동차는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2009년 금융 위기 때 먹튀 논란과 함께 발을 빼기도 했다. 상하이자동차는 GM, 폭스바겐과 지속적 기술 교류를 해왔으며, 지난 2007년에는 약 2년전에 영국의 MG로버를 사들인 난징차도 사들였다. 파산했던 스웨덴차 사브의 경우엔 지난해 6월 홍콩과 일본의 합작기업 NEVS가 인수해 최근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유명 자동차 업체들의 지분을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며 “브랜드와 기술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으로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