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취업을 못해 졸업을 미루는 ‘졸업유예생’이 1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일부 대학들이 이들에게 수십만 원 상당의 등록비를 요구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졸업유예생에게 등록을 받는 대학은 최근 몇 년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상 취업을 할 때 상당수의 기업이 ‘졸업예정자’를 채용대상으로 하고 있어, 4년간 대학 학부과정을 모두 마친 대학생들은 취업이 되지 않으면 졸업을 꺼린다.

*사진설명=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헤럴드경제DB]
*사진설명=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헤럴드경제DB]

때문에 졸업논문이나 토익점수 등 졸업 요건 중 일부를 일부러 채우지 않고 ‘수료’ 상태로 취업준비를 진행하는 일이 많았다. 취업이 되면 바로 졸업요건을 채우고 졸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취업난으로 졸업유예생이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졸업하지 않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졸업유예는 대학의 또 다른 골치거리가 됐다.

일부 대학은 졸업유예를 하기 위해서 8학기 과정 이수 후에도 학교를 등록해야만 학교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최근 정보공개를 통해 전국 176 개 대학을 전수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학교의 62.5% 가량이 졸업유예제를 시행하고 있었고, 이 중 69.1%인 76개 대학이 졸업유예자에게 수강신청을 강요하고 있었다. 수강신청을 강제하지 않지만 등록비만 요구하는 대학도 15개에 달했다.

대학이 졸업유예 학생들에게 돈을 받는 방식은 학교별로 다양했다.

연세대의 경우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졸업 직전학기를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상반기에 취업해 8월에 졸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1학기에 반드시 등록이 돼 있어야 졸업예정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취준생이 본인이 언제 취업할지를 모르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등록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의 등록 비용은 60만 원에 이른다.

이화여대는 올해 1학기부터 필수학점을 모두 취득한 학생이 8학기 이후 초과학기를 다니려면 반드시 1학점 이상을 추가로 등록하도록 정했다. 대부분의 수업이 3학점인 것을 감안하면 이 때의 등록 비용 역시 60만 원 안팎이다.

전남대는 등록비가 아닌 기성회비의 10%인 30만 원 가량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이런 움직임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졸업유예제로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학생 수 대비 교원 수, 장학금 비율 등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을 것을 우려한 대학이 졸업유예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졸업 유예를 선택한 학생들이 수십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유기홍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의원은 이같은 졸업유예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취업난 때문에 졸업유예를 택한 학생들에게 강제수강, 유예등록비를 받는 것은 대학의 횡포이므로, 교육비에 관련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