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페이와 경쟁·인프라구축 등 높은벽

중국의 신용카드시장이 지난 1일 외국 카드사에 개방됐다. 연간 6조8400억달러(지난해)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중국 결제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카드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브랜드사들 뿐만 아니라 국내 카드업체들도 활짝 열린 시장을 향한 출격을 채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중국 시장 진출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림의 떡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의 식욕을 한껏 돋우고 있어 중국발 카드전쟁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억 소비자 업은 시장, 우리가 선점하자=글로벌 브랜드사인 마스터카드는 중국 최대 카드사인 유니온페이와의 협약을 늘리며 중국 카드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젠서(建設)은행과 손잡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마스터카드의 비접촉식 신용카드인 ‘패이 패스(PayPass)’ 기능이 탑재된 ‘룽카 EMV글로벌여행신용카드’를 출시했다.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을 겨냥한 것이다.

국내 카드업체들도 중국 시장 개방에 발맞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KB국민카드는 LG유플러스와 제휴하여 유니온페이와 협약을 체결하고 중국 모바일카드 결제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유니온페이 브랜드가 탑재된 KB모바일카드를 국내에서 발급받더라도 중국 현지 유니온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우리카드도 유니온페이와 손잡고 중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자유로운 여행카드’를 이달 중순께 출시할 예정이다. 자유로운 여행카드는 예약단계에서 중국비자 50%할인, 항공권 최대 10% 할인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다.

롯데카드 역시 중국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카드사 가운데 하나다. 백화점·마트·영화관·테마파크 등 10여 개 계열사가 이미 진출해 있어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국 유니온페이의 국내 매입업무를 맡고 있는 BC카드는 모바일ㆍ인터넷 결제 서비스를 더욱 활성화해 중국인들의 국내 쇼핑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퀵패스(QuickPass)’ 결제 서비스를 동대문 두타 쇼핑몰까지 확대하는 등 한국 내 중국인 시장을 확장하면서 현지 시장 진출을 저울질 하는 중이다.

▶그림의 떡…진입도 경쟁도 높은 벽=하지만 외국계 카드사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뿌리 내리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카드 결제ㆍ청산 업무 허용을 위해서는 중국 내 등록자본금만 10억위안(약 174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주요 출자자는 신청일로부터 지난 1년간 총자산이 20억위안 이상이거나 3년 연속 흑자 기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국내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비자나 마스타같은 글로벌 브랜드사가 아닌 개별 카드사는 일단 진입부터 가로 막힌다”고 말했다.

중국 카드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유니온페이와의 경쟁도 걸림돌이다. 여신금융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유니온페이의 카드 누적 발급수는 40억장(직불 95%, 신용 5%)에 달하고, 카드 결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독점사다.

이와 관련해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시장이 개방되도 외국계 카드사가 유니온페이로부터 시장을 뺏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사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해외 네트워크 결제망의 장점을 활용해 중국에 진출해도 높은 수수료율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니온페이와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의 3배가 넘는 800만~900만개의 중국 가맹점 관리, 현지 은행과의 협업, 인프라 구축 등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시스템 수출, IT 업체와의 제휴가 대안=그렇다면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까? 그건 아니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명색이 카드 선진국인데, 선진화된 시스템을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며 “중국시장에서 떡이 안된다면 고물이라도 빼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결제 시장이 선불 충전식이 아닌 신용 결제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카드업계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실제로 중국 런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용카드 1장 당 평균 사용액이 1만1688위안(약 210만원)으로 전체 카드 1장당 평균 사용액인 7544위안(약 136만원)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연구소 박세영 연구원은 “간편 결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중국 IT 기업과 제휴하거나, 국내 카드사와 금융기관이 공동 매입사 설립을 통해 시장 진출 비용을 공동 부담하여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는 것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