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실적 시즌이 정점을 지나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한 종목을 중심으로 줄줄이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신저가는 일종의 ‘바닥’으로 여겨져 단기매수 기회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최근 답답한 증시 상황에선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저가=바닥’ 장담 못한다 =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모두 69개(우선주 제외)에 달한다. 사상 최저로 떨어진 종목도 두산건설, 락앤락 등 12개로 나타났다.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것은 투자 기회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이들 12개 종목의 주가 수익률 평균은 올들어 신저가를 기록한 이후 지난 12일까지 2.44%다. 그마저도 매각을 앞두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팬오션(9%)을 제외하면 1%대로 떨어진다. 또 이들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 규모도 작고 일 평균 거래량도 미미해 단기에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어 안정성이 떨어진다.

대형주라도 안심할 수 없다. 신저가를 기록한 시가총액 100위 종목 15개의 최저점 대비 주가상승률은 2.65%에 그친다.

섣불리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에 발을 담갔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LG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장중 혹은 종가 기준으로 4차례나 신저가를 경신했다.

▶커진 헤지펀드 힘, 주가 방향 결정=주가 상승과 하락의 갈림길을 결정짓는 것은 기본적으로 종목 간 펀더멘털 차이 때문이지만 그 흐름을 굳히는 건 기관의 수급이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펀드시장 내에서 헤지펀드의 비중이 커진 것이 결정적이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약 2조1000억원으로 2년 만에 14배나 성장했다.

이 가운데 ‘롱숏펀드’는 지난해 설정액이 1조원을 넘으며 펀드시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롱숏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은 매수하고 내릴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공매도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때문에 주가 상승을 예측하고 기관이 대거 사들인 종목은 실제로 주가가 꾸준히 오를 수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중위험ㆍ중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롱숏펀드의 추가 자금 유입 규모는 5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며 “롱숏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기관의 매수여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롱숏펀드뿐만이 아니다. 방향성을 상실한 채 박스권에 갇힌 증시에서 롱숏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상승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펀드 매니저들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롱숏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펀드 운용사들이 철저히 롱 포지션쪽에 서 있는 종목을 매수하면서 상승 종목은 오름폭이 더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저가 종목을 매수하는 건 펀드매니저가 숏 포지션 전략을 취하고 있는 종목을 사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실제 기관과 외국인이 지난 5거래일 동안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5.09%에 달한다. 이 연구원은 “시장을 주도하는 외국인과 기관의 롱 포지션에 가세하는 것이 지금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