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 H스포츠=박철민 기자 ] 가까스로 비겼지만,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도 불안하다.
반 할 감독이 밝혔듯, 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의 첫 시즌은 실패작은 아니다. 하지만, 스쿼드에 투자한 돈에 비해서는 성공한 편이라고도 평하기도 어렵다. 중요한 경기에서 승점을 잃어왔고, 본선 직행이 걸려있던 아스날전에서도 또 한번 승점을 잃었다.
맨유의 어떤 점이 부족했고, 보완해야할 점이 어떤 부분인지 짚어보도록 한다.
맨유는 홈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아스날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 측면을 버리면서까지 거센 압박을 이어나갔다. 위 장면을 보면, 중원에 배치된 5명 모두가 공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한쪽에 몰려있는 점이 보인다. 맨유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거센 압박이겠지만, 아스날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중원에 구멍이 뚫려있다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다. 일장일단이 분명한 방식이었지만 반 할 감독은 공간을 다소 내주더라도 거센 압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 12경기 무득점? 팔카오 개인의 문제는 아니었다.
첼시전에 이어 강팀 상대로 또한번의 선발 기회를 잡은 팔카오는 이번에도 득점을 기록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팔카오 나름대로의 변명거리가 있다. 팔카오는 그가 그라운드를 밟은 60분 내내 경기장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상태로 있었다. 원톱 공격수를 향한 2선의 지원은 없었고,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맨유 선수들의 움직임이 사실상 없었다. 끊임없이 공간을 창출하고 수비 뒷공간을 허물었지만 그에게 연결된 패스의 횟수는 많지 않았다.
전반이 종료될 쯤에 팔카오의 볼터치 횟수는 19번이었다. 전반전동안 아스날의 슈팅수가 0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골키퍼인 데 헤아의 볼 터치가 26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팔카오에게 공이 연결된 횟수가 얼마나 적었는지 알 수 있다.
2선 공격수 혹은 측면 공격수들의 역할은 원톱 공격수가 공간을 창출했을 때, 그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서 찬스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맨유의 선수들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패스를 이어 받은 팔카오가 코시엘니를 끌고 측면으로 빠진다. 코클랭과 카솔라가 미처 복귀하지 못한 상태에서 메르테자커와 코시엘니의 간격은 벌어졌으며 마타가 침투하기에 좋은 위치에 자리해있다. 하지만 마타는 팔카오가 공을 잡는 것을 구경하고 제자리에 멈춰서서 본인에게 공이 오길 기다릴 뿐이었다. 전혀, 침투할 의사도 공간을 활용할 의사도 없어보였다.
그 뿐 아니라, 맨유의 미드필더들은 측면에서 공격이 진행될 때 하나같이 전부 페널티 박스에 들어간다. 페널티 박스에 자원들을 많이 배치해놔서 효율적으로 공을 따내려는 심산일진 모르겠으나, 만일 이 공격이 차단당해서 역습으로 이어진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전술로 인해서 득점을 기록하긴 했다. 펠라이니와 에레라 모두 공격진영에 가담하면서 제공권이 좋은 펠라이니가 선수 두명을 달고 다니는 사이, 에레라에게 공간이 생기면서 선제골을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아스날의 공격이 효율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맨유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공격을 퍼부어도 역습으로 되갚아주질 못했던 것이지, 맨유의 공격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었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맨유의 선발 포메이션은 4-5-1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4-4-2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펠라이니가 다소 뒤처진 공격수의 위치에 자리했고 팔카오가 최전방에 나섰으며 블린트와 에레라가 중원을 구성하는 식이었다. 수시로 4-5-1과 4-4-2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전술이었다.
#전반전과 다른 팀이 되어 나타난 아스날
아스날은 슈팅 시도를 한번도 하지 못하며 굴욕적인 전반전을 마쳤다. 모든 면에서 홈팀인 맨유에게 밀렸다. 흥미로운 수치가 하나 있다면, 전반전에 아스날 선수중에 가장 많은 태클을 시도한 선수는 알렉시스 산체스였다. 산체스는 4번의 태클을 성공시키며 나초 몬레알보다 1개 더 많은 태클을 성공시켰다. 아스날은 전반전, 카솔라가 32번의 볼터치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20회 남짓한 볼터치 횟수를 기록했다. 특정 선수에게 볼이 집중되던 맨유에 비하면 선수들에게 골고루 볼이 배급되긴 했다.
원정에서 승점 1점만 기록해도 챔스 본선 직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아스날은 후반전 수비 간격을 좁혔다. 맨유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면, 측면 대신 중앙 밀집 수비를 택하며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택했다. 이런 아스날을 상대로 맨유는 발렌시아와 영을 앞세워 더욱 효율적으로 두들겼다. 오른쪽 수비수였던 발렌시아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장한 마타보다 더 왕성한 오버래핑을 펼치며 나초 몬레알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 무너진 중원의 공수 밸런스, 비긴 것이 더 대단하다.
이날 절정의 퍼포먼스를 보였던 영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맨유는 전방에 고립된 팔카오를 빼고 반 페르시를 투입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맨유의 문제는 원톱 공격수가 아니었다. 애슐리 영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공·수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위 장면처럼 애슐리 영이 왼쪽 측면을 허물면서 크로스를 올리려고 하지만, 펠라이니 에레라는 뒤처진 상태로 오직 반 페르시만 크로스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전반전과 비교해서 무너진 공수 밸런스는 곧 맨유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후반 36분, 후방에서 램지가 깊숙이 찔러준 패스를 교체되어 들어온 월콧이 블랙켓을 앞에 두고 받는다. 이미 이 장면부터 실점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텅 빈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으로 중원을 아예 비워버린 맨유는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블랙켓은 지루와 동일선상에 서있으면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격에 제대로 가담하는 것도 아니고, 수비를 단단히 굳혀서 잠그는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공수밸런스는 악재로 작용하며 빅토르 발데스에게 데뷔 7분만에 실점이라는 상처를 남겼다.
더 정신을 차려도 모자랄 판에 블랙켓은 실점 이후 더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2분 전 자신을 괴롭혔던 월콧을 이젠 아예 자유로운 상태로 놓아버린 것. 득점을 노려야하는 영이 뒤늦게 쫓아오면서 월콧이 노마킹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지만, 다행히 크로스는 월콧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로호를 빼고 굳이 지금껏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블랙켓을 ‘잠그기 용도’로 투입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결과론적인 얘기겠지만, 블린트를 왼쪽 측면으로 보내고, 디 마리아를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 중원, 측면 모두 아스날을 지배했던 맨유
핵심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자면, 맨유가 홈팀 답게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맨유의 중원을 구성한 블린트와 에레라는 카솔라와 코클랭에 비해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공을 소유하며 아스날 중원을 괴롭혔다. 이는 측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경기 MOM으로 뽑힌 애슐리 영, 그리고 사실상 오른쪽 미드필더로 자리한 발렌시아는 몬레알과 베예린을 괴롭혔다. 마타가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주지 못했기에 베예린은 다소 전진할 수 있었지만, 영에 가로막혀 몬레알은 오버래핑을 많이 시도할 수 없었다.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후안 마타였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자리했지만 사실상 침투도, 패스도 뛰어나지 않았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 경기를 TV로 지켜봤다면 마타를 처분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느꼈을 지도 모른다. 마타의 패스 대부분은 뒤로 향하는 패스거나 다시 중원으로 되돌려주는 패스였다. 전방으로 시도한 패스 대부분은 차단당하거나 막혔다. 활동반경도 좁았지만, 1차적으로 상대 풀백의 오버래핑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종종 보여주는 결정적인 패스를 믿고 쓰기엔 경기 전체에서의 존재감이 미비하다. 반 할 감독은 다음 시즌 마타의 활용도에 있어서 장고를 거듭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이 경기의 포토제닉
1. 루니와 아들은 붕어빵 경기 중간 화면에 잡힌 루니와 아들은 서로 똑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날 루니의 둘째 아들은 올드 트래포드에서 데뷔전(?)을 가졌고, 첫째아들은 아스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역시 악동의 아들들이다.
2. 엉금 엉금 기어서 가자. 해외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던 필 존스의 4족 보행 헤딩이다. 넘어지면서까지 공을 걷어내고자 하는 그의 투지는 높이 사지만, 그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3. 팔카오의 손짓 이 날, 팔카오는 교체되면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보통 마지막 홈 경기에서 박수를 치며 빠져나가는데 비해 직접적으로 손을 흔들었다는 점이 팔카오의 심경을 대변하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정리
전반전과 다르게 아스날은 효율적인 축구를 추구하며 적진에서 승점 1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후반전에 시도한 슈팅 5개 가운데 3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으며 후반전에만 드리블 돌파를 ‘14회’ 성공시키며 맨유 수비진을 흔들어놓는데 성공했다. 이 경기를 잡았어야했던 맨유의 입장에서는 승점 1점에 만족하며 조별 예선을 노려야하는 신세가 됐다.
맨유로서는 아스날전에서 보였던 문제점을 다음 시즌에도 그대로 가져간다면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반 할 감독은 중원의 공수 밸런스 붕괴, 최전방 공격수의 고립, 그리고 후안 마타의 활용도를 놓고 프리-시즌동안 많은 생각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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