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남북이 소위 ‘해빙기’에 돌입했지만 3대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다. 매년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5월은 남북관계에서 통상 ‘해빙기’로 통한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냉랭한 기운이 가시지 않을 조짐이다. 대북전단 살포, 개성공단 임금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고, 추가로 우리 국민 억류 사태까지 불거졌다. 5월 봄기운을 가로막는 3대 걸림돌이다.

남북관계에서 5월은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시기로 통한다. 3월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고, 겨울을 지나 한반도 내 풍향이나 풍속이 대북 전단 살포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매년 3~4월은 남북 관계의 ‘비수기’로 여겨진다.

역으로 5월이 되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나고, 6ㆍ15 공동선언 등 각종 기념일을 목전에 둬 서서히 교류가 재개되는 시기다. 연초에 수립한 남북 교류 사업도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4월이 지나간 시점에서 조금 더 많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찾아왔지만 아직 ’해빙기’로 보기엔 무색한 흐름이다. 우선 우리 국민 억류 문제가 불거졌다. 연초부터 인원이 늘더니 어느덧 억류 인원이 4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4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리 정부나 가족들에게 어떤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우리 국민을 억류하는 데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조속히 석방해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한국계 미국 영주권자인 뉴욕대생 주원문(21) 씨가 불법 입국하다 단속했다고 밝혔다. 아직 주씨의 억류 경위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주씨와 함께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은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등 총 4명이다.

앞서 북한은 2013년 10월 김정욱 선교사를 붙잡았으며, 올해 3월에는 ‘남한 간첩’이라며 김국기, 최춘길 씨 등을 추가로 억류시켰다. 정확한 억류 정황을 알 수 없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우선 송환해달라는 주장 외에 달리 선택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4명의 사례가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난제다. 대학생부터 선교사까지 직업도 다양하고, 북한 측에 억류된 장소도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괄적으로 이들의 송환 조치를 얻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개성공단 임금문제도 걸림돌이다. 2월 말 북한 측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 통보로 불거진 논란은 두 달이 넘도록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북측은 기존 월 최저임금인 70.35달러와 일방적으로 인상한 월 최저임금 74달러 차액에 대한 연체료를 지불한다는 내용의 담보서를 우리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남측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담보서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일선 기업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칫 2013년 개성공단 폐쇄가 재현될까 노심초사다. 이미 18개 기업이 정부 방침과 달리 북측에 임금을 납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남북 갈등에 이어 정부와 기업 간 남남 갈등로 확산될 조짐이다.

연초부터 이어진 대북전단 살포 논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단 살포는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 영역이지만, 우리 국민 신변에 명백한 위협이 있을 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애매한 입장 속에 대북단체는 전단살포를 강행하고 있다.

3대 걸림돌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남북 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 ‘골든타임’을 보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미 군사훈련이 열리지 않는 올해 8월까지가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가깝게는 6ㆍ15 공동선언 기념일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광복 70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가 신청한 6ㆍ15 공동선언 남북 공동행사를 위한 사전 직접 접촉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당국 차원이 아닌 민간차원에서 먼저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기회다.

5월 말에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도 예정돼 있다. 방북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거나 북한 고위급을 접촉하게 되면 의외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