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갑의 횡포’를 지적하는 이른바 ‘갑을논란’은 지난 한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주제였다. 고질적인 사회병폐가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터져나왔다. 그러나 소나기만 피해가겠다는 심정으로 몸을 낮춘 기업들은 거센 비난 여론이 한풀 꺾이자 속속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4월 호텔 주차 문제로 호텔 지배인을 지갑으로 폭행한 강태수 프라임베이커리 회장. 강 회장은 지난해 5월 초 방송에 출연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회사를 폐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본지가 9일 한국기업데이터에 조회한 결과, 프라임베이커리는 지난 1월12일 기준 정상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진해서 문을 닫았다가 논란이 사그라들자 슬그머니 다시 영업을 준비한 것이다.

다만 프라임베이커리는 논란 직후 극심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조회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과 8월에 각각 기술신용보증기금과 국민은행 등 금융권 채무불이행 리스트에 올랐다. 또 지난 8월 국세를 체납해 올 1월 국세청 체납 기록까지 남겼다.

엄청난 물량 밀어내기로 사회적 비난을 받은 국순당도 대리점주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나와 “(피해보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배중호 사장은 바로 이날 피해 대리점주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해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사원 막말 논란과 ‘대리점 쪼개기’ 등 불공정행위로 도마 위에 오른 아모레퍼시픽도 피해 대리점주들에 대한 보상금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계속하고 있다.

갑을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양유업은 지난달 대리점 밀어내기로 벌금 1억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해 매출이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이 회사로서는 새발의 피인 셈이다. 대리점 보호법안인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도 국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기업들의 반대로 올해 역시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다.

갑을논란으로 인한 기업의 매출감소는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했다. 국순당은 ‘대박’ 막걸리로 승승장구했고,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로 일평균 1억2000만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임원의 승무원 폭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포스코에너지는 곧바로 해당 임원을 해임하고 국내외 신규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행로를 걷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사그라들면서 관련 입법에도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안에 비해 규제가 큰 폭으로 완화됐다.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간대가 1시간 줄었고, 본사가 가맹점 모집시 활용하는 ‘예상매출액’이 과대포장될 소지가 늘어났다. 또 심야영업 시간대, 예상 매출액 범위, 허위 과장 정보제공행위 유형 등을 시행 3년 뒤 재검토할 수 있도록 규정, 다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심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