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이 29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을 전격 소환하면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인의 정치인과 본격적인 진실게임에 돌입했다.

뇌물 공여자인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사망하고,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는 비밀장부의 존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력인사들에 대한 ‘알리바이 깨기’로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팀은 이날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측의 일정 담당 비서 각각 1명씩을 불러 의혹이 제기된 당일 등을 비롯해 두 인사의 동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비서진에 대한 소환은 검찰이 성 전 회장 측근 조사와 정황 증거 수집을 통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수뢰 정황 입증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각 의혹의 시점과 장소별로 두 인사가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는지, 동선은 어떻게 구성돼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수사팀은 그동안의 기초 수사를 통해 성 전 회장과 측근들의 당시 동선을 대부분 복원했고, 시점별로 조성된 경남기업 내 비자금의 흐름까지 대체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남기업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182억원 규모의 대여금 장부 내역에 대한 확인 작업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의 기억의 틈을 메우는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사팀은 홍 지사 1억원 전달 의혹과 관련 ‘전달책’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홍 지사 측에 현금을 전달하기 이전인 자금 조성 단계부터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자신을 통해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의 녹취록 내용을 시인한 바 있다.

이 전 총리에게 성 전 회장이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실마리가 풀리는 모습이다.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은 정낙민(47)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은 “회장님이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간) 당일에 5만원 다발을 봉투에 넣어서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정치권 인사들을 상대로 당시 정황을 교차 확인하고 여기에 물증까지 보태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전방위로 압박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정적 단서인 비밀장부가 없더라도 현재까지 확보한 기초 증거와 전달자ㆍ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공여자가 사망했던 ‘현대 비자금’ 사건에서 권노갑 당시 민주당 고문은 전달자와 비자금 활용 계좌가 확인되고 현장 검증 등을 통해 혐의가 입증돼 대법원에서 3년 5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유력 정치인들의 소환 조사가 시작된다면 수사팀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증거들을 하나씩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리스트 8인방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본인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주말, 늦어도 다음주부터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직접 불러 본격적인 혐의 입증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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