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제2 외환위기’ 우려 확산 불구 “한국은 신흥국의 경제모델” 평가 국가신용등급은 이미 선진국 수준 블룸버그 ‘주목해야 할 신흥국 2위’ 선정

로이터 “글로벌자금 숨을 곳 찾고 있다” 한국·멕시코 수출기업에 투자 권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생겼다. 신흥국의 선두주자인 중국의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경착륙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1월 제조업지표가 6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한 데 이어 서비스업지표가 5년래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다.

잘 나가던 미국의 제조업지표도 급랭하면서 세계 경제성장 동력 둔화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축소)발 외국인 자금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아르헨티나와 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통화가치가 급랭하는 등 신흥국 제2 외환위기 우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신흥국 불안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테이퍼링을 진행하겠다”며 ‘마이웨이(my way)’를 외치고 있다. 당분간 신흥국 시장 불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표적 글로벌 벤치마크(운용기준) 주가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선진국(DM)이 아닌, 이머징마켓(EM) 지수에 편입돼 있는 한국도 외국인의 신흥국 ‘엑소더스(대탈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외국인은 올 들어 우리 주식시장에서 2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셀코리아(Sell Korea)’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이미 ‘새우’ 수준을 벗어났다. ‘고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간 생태계인 ‘돌고래’의 반열에는 올랐다는 시각이 대세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는 공포심리가 진정되면 한국의 차별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한국은 신흥국의 경제모델=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을 중국에 이어 가장 주목해야 할 신흥국으로 선정했다. 블룸버그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베스트 이머징마켓’ 22개국 중 한국은 총점 68.44를 받아 2위를 차지했다. 베스트 이머징마켓은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과 경상수지 등 19개 항목을 토대로 향후 2년간 신흥국의 투자 매력도를 산정한 지표다. 한국은 현재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이 28.26%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중 두 번째로 높은 GDP 대비 경상흑자(3.65%)가 전망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2년물 국채 CDS(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 프리미엄이 19.45bp(1bp=0.01%포인트)로 다른 신흥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국가 부도 위험이 적고, 세계은행(WB)의 기업환경 조사에서 고득점(83.74)을 얻은 것도 이 같은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은 신흥국 경제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FT의 논설위원 기드온 래치먼은 4일자 칼럼에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신흥국의 회복속도가 붕괴속도만큼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면서 한국을 대표적 모범 사례로 들었다. 그는 1997년 재앙 이후 한국의 1인당 GDP가 거의 3배 가까이 성장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은 다시 한 번 경제성장의 모델로 여겨졌다”고 치켜세웠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신흥국 불안 속에서 글로벌 자금이 숨을 곳을 찾고 있다”며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전략을 위해 한국과 멕시코의 수출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윌밍톤신탁투자의 투자전략가 클렘 밀러는 “지금이 신흥국 가운데 비교우위에 있는 국가와 지역을 돌아볼 적기”라고 지적했다.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위권, 신용전망은 꾸준히 ‘안정적’ 유지=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보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네 번째 등급인 ‘Aa3’로, 피치는 ‘AA-’로 유지하고 있다. S&P 역시 전년도와 같은 ‘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의 신용전망은 3개 회사 모두 ‘안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펀더멘털, 재정건전성, 대내외 불안요인 대응능력 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이들 신용평가사는 한국이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과 국가신용등급이 비슷한 나라는 중국ㆍ일본ㆍ대만ㆍ사우디아라비아ㆍ이스라엘ㆍ칠레 등이다. 피치는 한국을 사우디와 같은 등급으로 매기고 있으며, 이는 일본ㆍ중국ㆍ대만이 받고 있는 ‘A+’ 등급보다 한 단계 높다.

무디스는 중국ㆍ일본ㆍ대만ㆍ사우디ㆍ칠레와 같은 등급을 매기고 있는 반면, S&P는 한국을 이들보다 한 단계 낮추보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ㆍ러시아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인도 등 주요 신흥국보다는 적게는 네 단계, 크게는 여섯 단계까지 벌어져 있어 이들과의 격차는 크다. S&P와 피치의 경우 브라질ㆍ남아공ㆍ러시아는 ‘BBB’를, 인도는 ‘BBB-’를 매기고 있다. 무디스는 러시아ㆍ남아공에 Baa1, 브라질은 Baa2, 인도는 Baa3 등급을 주고 있다.

천예선ㆍ문영규ㆍ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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