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문화재 수리기술자들이 문화재 수리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준 뒤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돈만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돈을 받고 문화재 기술자 자격증을 빌려준 혐의(문화재 수리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단청장 홍모(58) 씨 등 문화재 수리기술자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홍 씨는 숭례문 복원 공사 때 단청공사를 맡았던 중요무형문화재다.
또 이들에게서 자격증을 대여받은 건설업체 19개 법인과 대표자 1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홍 씨 등 기술자들은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문화재 보수건설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각각 1100만∼3500만원 씩 총 4억6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보수건설업체들은 기술자 명의의 통장과 도장 등을 받아 매달 월급을 입금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씨는 작년 7월 전북 군산의 문화재 수리업체인 A 종합건설로부터 1500만원을 받고 단청 기술자 자격을 빌려주는 등 2010년 2월부터 최근까지 3개 업체로부터 자격증 대여 대가로 378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건된 기술자 가운데 홍 씨의 부인 이모(53) 씨와 그의 딸도 포함됐으며 현 문화재수리기술자격시험 출제위원, 전 문화재청 과장, 임신 중인 기술자 등도 자격증을 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건설업체들은 문화재 수리업 등록을 위해 단청 분야 기술자 1명을 포함, 총4명의 문화재 수리기술자를 채용해야 하는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격증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자격증 대여기간과 공사기간이 겹치는 충남 예산 수덕사 대웅전, 전남 순천 송광사 등 전국의 국보ㆍ보물ㆍ중요민속문화재 155건을 대상으로 보수건설업체들이 실제 무자격 상태에서 보수공사를 진행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 이전에도 관행으로 자격증 대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전국의 문화재 수리업체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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