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신흥국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27일 코스피가 장중 1900선마저 무너지는 등 동반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설이 불거진 신흥국과 달리 원화 흐름이 안정적인데도 글로벌 자금 이탈이 일어난 것은 한국이 ‘신흥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근 신흥국 금융 위기설의 근원을 성장성에 대한 우려에서 찾고 있다. 높은 성장성이 매력이었던 신흥국이 부진한 성장세를 나타내면 언제든지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도 ‘저성장’에 진입했다는 데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률을 자랑했던 1등 기업의 성장세가 올해부터 꺾일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위기에서 홀로 예외가 될 순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기아차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4분기 매출액은 11조7000억원으로 하향된 시장 예상치 수준이었으나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률 마지노선이라는 6% 선이 무너졌다.

헤럴드경제가 신한금융투자에 의뢰해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의 최근 수년간 실적 성장세를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저성장’ 흐름은 더 극명해졌다.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07년 연간 영업이익은 8조4000억원이었으나, 7년 만에 1년 벌었던 영업이익을 한 분기에 벌어들일 만큼 고속 성장했다. 라이벌인 애플과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는 2008년 이후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문제는 앞으로다. 업계는 높은 성장성을 구현하던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신한금투는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35조27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34조4000억원으로 고쳐 썼다. 둘 다 지난해 실적인 36조7700억원보다 밑이다.

김영찬 신한금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모바일은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다”면서 “적극적인 인수ㆍ합병이나 신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도 이 같은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신한금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시장의 점유율 상위 5개사인 GM과 폴크스바겐, 도요타, 르노-닛산, 현대ㆍ기아차 가운데 최근 10년간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한 곳은 현대ㆍ기아차가 유일했다. 국내 한 운용업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0년 전만 해도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5% 수준으로 상위 5개사에 들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면서 “현대ㆍ기아차가 9%까지 상승한 것은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세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 밖 성장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는 성장 둔화를 감안해도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높은 성장성에 베팅하던 글로벌 자금이 단기간 내 저성장을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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