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겨울이 물러가는가 싶더니 어김없이 꽃샘추위로 뒤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뒤끝이 매워도 계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죠. 봄은 더디게 오는 것 같아도 부지런히 곳곳에서 겨울의 흔적을 지우고 있습니다. 햇살이 닿는 곳에선 어김없이 풋기가 돌아 겨우내 묵은 낙엽을 밀어내고, 마른 나뭇가지의 겨드랑이에선 솜털옷을 입은 새순이 부지런히 올라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내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봄의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입니다. 성질 급한 녀석은 벌써 깨어나 요란하게 짝짓기를 벌이고 있다더군요. 누가 경계를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거짓말처럼 계절에 맞춰 변화해 일상의 한복판을 채우는 자연의 모습은 참 경이롭습니다. 매년 그 봄이 그 봄인 것 같아도, 봄의 언어를 알아듣게 되면 더 이상 그 봄은 그 봄이 아니게 됩니다. 겨울과 봄을 시각적으로 구분 짓는 언어는 색(色)입니다. 색은 꽃으로 확인할 수 있죠.

<식물왕 정진영> 7. 개구리도 깨어났으니 ‘봄맞이꽃’ 보러가자

햇살이 비치는 가장 낮은 곳에 엎드려 작고 하얀 꽃을 피우는 봄맞이꽃은 가장 정확하게 봄을 알리는 전령사입니다. 가끔 철모르고 피어나는 개나리와는 달리 봄맞이꽃은 변덕을 부리는 일 없이 남쪽에서 우직하게 봄을 따라 북상합니다. 꽃말마저 심심하게도 ‘봄의 속삭임’입니다. 녀석의 성격을 아시겠죠? 봄맞이꽃이 눈에 띈다면, 그곳은 확실하게 봄의 영역인 겁니다.

봄맞이꽃의 크기는 고작 4~5㎜ 가량입니다. 전국 지천에서 피어나지만, 너무 작은데다가 바닥에 들러붙어 자라는 녀석이다 보니 발 옆에 두고도 모른 채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작은 매화를 닮았다는 의미를 가진 점지매(點地梅)란 한자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나 앙증맞고 어여쁜 녀석입니다. 특히 봄바람이 불 때 무리지어 여린 꽃대를 하늘거리는 모습은 작지만 꽤 장관이죠.

올 봄에는 봄맞이꽃이 전하는 봄의 언어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나무가 매해 나이테를 두르며 굵어지듯, 앞으로 다가올 여러분의 봄은 이전의 봄과는 다른 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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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대전 대덕구 송촌동 정수사업소에서 촬영한 봄맞이꽃.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