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옥석을 가려내려는 슈퍼리치 100여명이 지난달 2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 모였다. 투자전문가의 글로벌 시장 전망 세미나를 듣기 위해서다. 이들은 한국씨티은행에 10억원 이상 투자한 ‘씨티골드 프라이빗 클라이언트(CPC)’ 고객들이다. 이날 강연은 하렌 샤(Haren Shah)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아시아 태평양 자산관리본부 수석 투자 전략가가 맡았다.

세미나는 대학 강의를 방불케했다. 진지했고 열의가 넘쳤다. 통역기를 통해 투자포인트가 강조되자 일제히 중요 표시를 하듯 동시에 손이 움직였다.

참석자 A씨는 “여러가지에 투자하고 있는데 최근 브릭스 쪽에 투자한 상품이 두 자리수 이상 손실이 났다”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 투자로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브릭스, 광업주, 금ㆍ은 상품에서 특히 손실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자산가 대부분은 중년 여성었다. 남성 참석자는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외모나 옷차림은 전혀 자산가일지 모를 정도로 소박하고 평범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거액 자산가들 특성상 쉽게 얘기하진 않지만 중소기업 회장 등 상당한 자산가들”이라며 “씨티에만 10억원이 예치돼있다는 건 적어도 50억원 이상 자산가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거액 자산가들의 투자 동향과 관련 “저금리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 부동산 시장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우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자산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전체 10억 이상 예치한 고객 중 70%는 글로벌시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60대 참석자는 “재산 대부분이 은퇴자금”이라며 “해외 주식과 펀드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을 생활자금으로 쓰고 있다. 최근 변동성이 커져 혹시나 손실이 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가는 “계좌별로 수익에 따른 세금이 과세되는데 우리같은 경우 최고세액이 적용돼 세금빼고 수익 안나는 상품 빼면 전체 자산의 수익이 크지 않다”면서 “ 최근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 점”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세미나에서 하렌 샤는 “올해엔 채권보다 주식 전망이 밝다”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일본과 유럽시장의 투자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하렌 샤는 “두 시장 모두 채권 대비 주식 벨류에이션이 낮다. 한마디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면서 “두 시장 모두 정부가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 만큼 그로 인한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 흘러 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여성 자산가는 “지난해 8월 유럽펀드와 달러펀드에 투자한 뒤 12월에 환매했는데 각각 수익률이 6%, 4%였다”면서 “2%에 불과한 은행 예금에 비하면 훨씬 나은 셈”이라고 말했다.

유가하락에 대한 투자전략도 나왔다. 종목별로 원유하락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긍정적 영향이 미치는 종목에 집중하라고 하렌샤는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유가 하락은 소비여력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재 분야에 투자하라고 그는 추천했다. 반면, 에너지업종은 비중 감소를 주문했다.

미국시장은 선별적으로 투자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대형주 중심으로 금융주, 테크 및 자본재, 재료주 등 소비업종 중심의 투자를 추천했다.

하렌 샤는 브릭스의 손실이 컸지만 신흥국을 무조건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도 설명했다. 원유하락이 원유수입국, 수출주력국엔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국, 대만, 한국이 투자전망 높은 국가로 전망됐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이 그 반대로 제시됐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슈퍼리치들에게도 관심 그 자체였다. 글로벌 투자방향을 결정지을 변수이기 때문이다.

하렌 샤는 이와 관련 “미국은 이젠 실업률이 아닌 임금상승 여부에 따라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며 “올해 3~4분기에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리인상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강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은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후강퉁을 비롯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도 남달랐다. 하렌 샤는 중국시장은 중국 정부의 양적완화책에 힘입어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특히 A주보다 H주가 유망하다. 헬스케어, IT, 임의소비재, 운송, 보험주의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데 괜찮은 거냐”는 질문에는 “중국은 현재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개혁 중으로 7%성장은 ’안정적 수준‘으로 봐야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날 세미나에선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다. 참석자 중 한 명은 하렌샤에게 “전망대로 투자할 경우 마이너스가 날 가능성은 없냐”고 묻자 하렌샤는 “거시적 투자 방향을 맞추면 어느 수준의 수익성을 담보된다”면서 “다만 사고 파는 시기 및 종목, 투자업체가 ‘+알파’의 영향을미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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