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인 국민행복기금이 29일 공식 출범했다.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서민의 채무부담을 완화해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자는 취지다.
국민행복기금의 이사장을 맡은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주요 금융협회장 및 서민금융기관장과 국민행복기금 신용지원협약을 맺는 등 시작부터 발빠른 행보다.
야심찬 첫 걸음이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않다. 국민행복기금이 공식적으로 발을 내딛기 전부터 이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채무자들과의 형평성 논란과 함께 모호한 지원대상자 선정 기준 및 남은 빚 상환의 불투명성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 이사장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국민행복기금이 공약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려했던 바다. 걱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됐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이 1.04%에 달하며 6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상승했다. 미소금융 및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 역시 크게 뛰었다. 은행들은 채무자들의 ‘버티기’에 벌써부터 곤욕이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자 정부는 대상자를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 연체자로 한정했지만 이 기준에 근소한 차이로 못 미치는 서민들의 불만도 팽배해 있다. 같은 액수의 대출이라도 어떤 기관에서 빌리느냐에 따라 수혜 여부가 결정되는 등 맹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채무감면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남은 빚을 성실히 상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저소득층 채무자들의 취업 및 창업 지원을 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여러 논란들을 박 이사장도 잘 알고 있다. 그 역시 “정부 개입으로 빚 탕감해주는 방식은 도덕적 해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누차 지적하곤 했다. 그런 만큼 박 이사장이 어떤 처방전을 내밀지 주목되고 있다. 정통 관료 출신이면서 금융 분야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무엇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 강단과 소신을 가진 그이기에 금융권 안팎의 기대감은 더 크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쉽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된 박 이사장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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