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퀸’ 이시영이 독특하고 재기 발랄한 신상 로맨틱 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이시영은 특유의 밝고 유쾌한 연기로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상대 배우 오정세와도 흠 잡을 데 없는 호흡을 자랑한다. 이미 ‘커플즈’로 한 차례 입맞춤을 한 두 사람은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로 티격태격한 커플의 진수를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한다.

인천시청 복싱팀에 정식입단하며 직업복서로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는 복서로서, 연기자로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시영은 겸손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남자사용설명서’는 이원석 감독의 입봉작이다. 신인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있어 우려는 없었을까.

“신인감독이기 때문에 걱정되지는 않았어요. 그것보다도 영화에 CG(컴퓨터 그래픽)가 많은 것이 더 걱정됐죠. 왜냐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감독님은 연기할 때 너무 편하게 해주셨어요. 오픈 마인드로 말이죠.(웃음) 사실 저는 영화보다 드라마 경험이 많잖아요. 드라마는 제재를 많이 받는데 오랜만에 프리한 감독님과 촬영해서 좋았죠.”

극 초반 이시영은 비비크림도 바르지 않은 민낯으로 등장한다. 평소에도 민낯을 꺼리지 않는 배우로 알려져 있는 만큼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비비크림도 바르지 말라는 감독님은 처음이었어요. 생얼에 대한 부담감이요? 별로 없었죠. 저는 너무 편했어요.(웃음) 평소에도 편하게 다니는 편이니까요. 그리고 보나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변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민낯 출연에 있어 거부감은 전혀 없었죠. 또 워낙 영화는 조명을 예쁘게 해주시니까요.”

극중 ‘국민흔녀’로 변한 이시영은 젊은 여성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친다. 일에 치여 살면서도 인정은 받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늘 로맨스를 꿈꾸는 보나는 이 시대 여성들과 많이 닮아 있다.

‘누구나에게 있을 법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제 나이 또래에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있어 어렵지는 않았어요. 공감이 많이 가서 좋았죠. 또 남자와 여자의 현실적인 차이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잖아요. 촬영하면서도 많이 공감갔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죠.“

최보나의 상대역 이승재로 분한 오정세는 사실 정석적인 미남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이시영은 오정세가 톱스타 이승재 역할에 가장 적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자사용설명서’가 원래는 그냥 로맨틱 코미디였죠. 하지만 감독님의 CG로 많이 바뀐거고요. 그래서 독특한 색깔을 지닌 로맨틱 코미디물이 된 거죠. 오히려 정세 오빠가 아닌 멋진 외모를 지닌 분이 했다면, 기존의 비슷한 로맨틱 코미디물이 됐을 것 같아요. 정세 오빠였기에 더 재미있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사실 상 승재 역에 적합한 인물인거죠.”

보나는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유혹의 기술을 습득한다. 이시영만의 노하우는 없냐고 물으니 그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없어요. (웃음) 따로 이성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이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사실 당황스러워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원 없이 풀었죠.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봐도 현실적인 메뉴얼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시영하면 단연 떠오르는 수식어가 바로 ‘로코녀’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그의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좋은 것 같아요. 어쨌든 어두운 이미지보다는 친숙하고, 밝은 모습이 매력적이잖아요. 또 ‘로코녀’라고 해서 제가 계속 로맨틱코미디물만 한 건 아니니까요. 아마 ‘부자의 탄생’ 때문에 ‘로코녀’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 굉장히 고마운 작품이죠. 그 당시에는 정말 재밌게 촬영했어요. 모든 걸 내려놨었죠.”

복서 활동에 대한 대중들이 관심이 무겁게 느껴질 때는 없을까. 하지만 이시영은 그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건 생각 안 하기로 했어요. 제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 지 모르는 것처럼 닥치는 일에 열심히 임하려고요. 너무 많이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하더라고요. 결론은 신경 쓰지 않고, 과정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이시영에게 있어 복싱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명히 제 개인적으로 의미는 있어요. 운동이라는 것도 연기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거잖아요. 저 혼자 힘으로 연구하고 해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운동하면서 더 진지해져서 연기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돼요. 연기든 운동이든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엄청난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려고요.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멈추면 그게 한계가 되는 거더라고요.”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시영은 연기자로서도 복서로도 실패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목표가 뚜렷한 이시영의 마라톤이 고단하지 않은 이유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