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직도 딸이 죽었다는 게 꿈 같아요.” 장영숙(가명ㆍ56ㆍ여) 씨는 아직도 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다. 2년 전 딸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후 장 씨에게 세월은 악몽이었다.
세상에서 꼭꼭 숨어버리고 싶었던 장 씨. 그러나 장 씨는 세상에 당당히 나서기로 했다. 더 이상 딸처럼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이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에서였다. 장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날 기자님과 이야길 하면서 속을 다 풀었어요. 마음속에 담아 뒀던 이야길 풀어 놓고 나니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지요.”
두 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동안 장 씨는 잠시 숨이 멋는 듯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불행한 과거를 회상하자니 한(恨)이 서려나온 듯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장 씨는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레 감정을 표현했다. 특히 자살자를 둔 유가족이 천형(天刑)을 받은 죄인처럼 지낼 수밖에 없던 고통의 세월을 장 씨는 고백했다. 엄연히 피해자인데도 말이다.
헤럴드경제는 모두 14회에 걸쳐 ‘자살,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란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내보냈다. 많은 유가족들을 만나고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때론 따끔한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유가족들은 자살 원인을 단정하는 보도 행태로 인해 가슴에 대못을 박아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사회적 원인은 외면한 채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살 수법을 지나치게 상세히 소개해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분명 뼈아픈 지적이었다.
이번 기획기사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이 ‘자살 제로(Zero)’ 국가가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기획이 단 한 명의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가 이전보다 훨씬 진정성을 갖고 자살 문제에 접근하는 계기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자살로 삶의 고통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믿음이다. 자살은 분명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자살은 끝까지 우리가 막아야 한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