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통계는 안정 되찾았다는데… 내가 사는 물건만 가격 급등?

고용지표는 좋아졌다는데… 주변사람들은 온통 구직 걱정뿐?

가격변화만 반영하는 물가지수 군복무 등 변수 배제한 실업률 등 국가통계 현실 괴리 심각 “소통의 통계 만들어야” 지적

흔히 ‘통계의 오류’라고 한다. 수치는 틀리지 않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말한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을 되찾아 2~3% 상승에 그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내가 사려는 물건 가격은 껑충 뛰었다. 고용 사정은 개선되고 있다지만 주변에는 구직자가 넘쳐난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와닿는 현실과 조사 결과로 나온 수치가 ‘괴리’를 보일 때 우리는 ‘조작’을 어느 정도 의심하기도 한다.

현재 정부가 승인한 공식 통계는 903종에 달한다. 여기에는 통계청이 직접 작성하는 58종을 비롯해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 정부기관 301곳에서 743가지를, 84개 지정기관에서 160가지의 통계를 각각 작성한다.

분야별로 보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보건ㆍ사회ㆍ복지 분야 통계가 181개로 가장 많고 ▷경기ㆍ기업 경영 79개 ▷농림ㆍ수산 51개 ▷교통ㆍ정보통신 48개 ▷교육ㆍ문화ㆍ과학 47개 ▷건설ㆍ주택ㆍ토지 38개 ▷고용ㆍ임금 37개 ▷광공업ㆍ에너지 32개 등이다.

이 중 물가와 고용은 괴리가 가장 심한 분야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대상 품목의 구입 수량ㆍ품질을 일정하게 고정시킨 뒤 가격 변화만을 반영한다. 체감물가는 생활수준의 변화로 인한 구입 수량의 증가, 가구원 수 증가가 불러온 생계비 증가 등에 따른 가격 인상까지 물가 상승으로 느낀다. 또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 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부분까지 물가 변동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물가지수 개편 때 금반지와 보험료가 빠진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물가 당국이 치솟은 금반지 값과 소비 지출에서 비중이 높은 보험료를 제외하면서 의도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 했다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최종후 고려대 교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과 보험료ㆍ연금 등의 산정 과정에 기초 자료로 이용된다. 특히 기준금리 결정이나 경기를 판단하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왜곡된 물가는 모든 것을 그릇되게 한다”고 지적했다.

2010 인구주택총조사의 방문면접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1일 오전 경북 울릉도에서 울릉읍사무소 직원들이 울릉도 주민에 대한 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하고 있다.<br /><사진기자 공동취재단>
2010 인구주택총조사의 방문면접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1일 오전 경북 울릉도에서 울릉읍사무소 직원들이 울릉도 주민에 대한 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기자 공동취재단>
각종 정책 입안의 기초가 되는 통계. 불통의 통계를 소통의 통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0년 11월 인구주택총조사 당시 한 조사원이 경북 울릉군에서 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하는 모습. [헤럴드경제DB]
2010 인구주택총조사의 방문면접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1일 오전 경북 울릉도에서 울릉읍사무소 직원들이 울릉도 주민에 대한 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기자 공동취재단> 2010 인구주택총조사의 방문면접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1일 오전 경북 울릉도에서 울릉읍사무소 직원들이 울릉도 주민에 대한 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기자 공동취재단> 각종 정책 입안의 기초가 되는 통계. 불통의 통계를 소통의 통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0년 11월 인구주택총조사 당시 한 조사원이 경북 울릉군에서 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하는 모습. [헤럴드경제DB]

현실반영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론 소득계층별 물가지수 작성이 떠오르고 있다.

불통 통계는 사회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3%대 실업률을 믿는 국민의 거의 없다. 통계는 구직활동을 해야만 실업자로 분류한다. 그냥 놀면 실업자가 아니다. 2004년 ‘생활시간조사’는 9월 초에 진행됐다. 당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학생의 학습시간이 지나치게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개강 초 학내 행사로 바쁜 시기에 조사된 탓이 크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당시 조사 항목에 ‘남북이산가족 규모 및 실태’에 관한 항목이 느닷없이 끼어들었다. 프라이버시와 직결한 이 문항의 조사 결과는 ‘무용지물’이었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지 못해 통계와 현실 간 괴리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위소득(전체 국민을 소득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 기준이 널리 이용된다.

특정 가구의 월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에 들면 ‘중산층’이라고 정의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2011년 말 현재 한국의 중산층 가구비율은 67.7%(비임금 근로자를 포함한 2인 이상 가구 기준)다. 국내 가계의 중위소득은 월 350만원으로, 한 달에 175만~525만원의 소득을 올리면 중산층에 속한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46.4%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인 50.1%였고, ‘최근 5년간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고 답한 사람도 15.5%나 됐다.

실업률의 경우 우리나라 청년들에겐 군복무 변수가 존재하는 데다 부모의 높은 교육열 등 우리만의 특성은 철저히 배제됐다. 통계에 대한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통계청은 국가 통계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그룹에 품질 진단을 의뢰하고 있다. 대부분 통계의 정확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한국형 통계 개발에는 방점이 찍히지 못하고 있다.

윤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