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있습니다. ‘타워’ 보면서 반은 눈을 감았다고 하더군요. 무섭고 조마조마해서요. ‘7광구’ 이후에 우리 집안에서는 영화가 금기시 됐죠. 딸도 눈치가 있으니까 영화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구요. 이번에는 저 몰래 아내랑 딸이 같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모양이더군요. 관객들이 좋아해서 딸도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유치원에 가면 선생님들도 잘 봤다고 격려하고, 모처럼 아빠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영화 ‘타워’가 지난해 12월 25일 개봉해 14일, 관객 45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서울 서초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훈 감독(42)은 “이번 작품은 저에게도 힐링 무비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난한 산통 끝에 개봉한 ‘7광구’가 평단과 객석의 집중 포화를 맞아 만족할만한 흥행성적을 내지 못했다. ‘7광구’가 연일 질타를 받을 때 김지훈 감독은 ‘타워’를 촬영 중이었다. 현장에서 키를 잡고 중심이 돼야할 감독의 마음이 흔들렸다.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1700컷의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된 대작은 고도의 기술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지만 김지훈 감독은 “촬영보다 어려웠던 것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타워’는 새해들어 한국영화의 흥행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화려한 휴가’가 개봉한 2007년 얻은 딸 윤후(6)가 좋아라해서 더 안심이 된다. 영화는 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에서 일어난 화재가 소재다. 재난을 맞는 다양한 계층과 신분의 인간군상이 그려지는 데 그 중심에는 건물 안전관리요원 김상경과 그 딸의 사연이 있다. 김지훈 감독은 “감독은 늘 내면의 목소리와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투영시키기 마련”이라며 “재난속 아빠와 어린 딸의 관계에는 당연히 내 경험과 정서가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으로 상징되는 욕망과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소재로 한 감독이 높은 곳에 산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아파트 20층에 살다가 3층으로 이사했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딸이 극중 소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며 불평하더라”는 말도 웃음 끝에 덧붙였다.
김지훈 감독은 코미디영화 ‘목포는 항구다’로 데뷔해 5ㆍ18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화려한 휴가’와 ‘7광구’를 거쳐 이번 영화까지 4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제작비가 많은 투입된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김지훈 감독을 바라보는 한국영화계의 시선엔 기대와 우려가 늘 교차했다. ‘할리우드 장르영화에 대한 편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감독도 잘 안다.
“저에 대한 과분한 평가이자 기대에 감사하죠. 지금 김지훈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시대가 대중영화에 요구하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본과 영화인, 관객 달리 말하자면 투자자와 스탭, 관객들이 이루는 삼각형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제까지는 정삼각형을 만들려고만 노력해왔는데, 이제 변형과 변주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더 공부하고 고민 많이 해야죠.”
김지훈 감독은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대학 이전까지 서울은 중3때 봤던 63빌딩과 고 2때 새벽기차 타고 들러봤던 충무로가 다였다. ‘타워’는 성룡과 스필버그 영화를 좋아하던 중학생이 63빌딩을 보며 처음 떠올렸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영화 감독은 ‘외계인’이나 다름없던 보수적인 대구에서 김지훈 감독은 “영화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 아름다운 밥벌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대구출신이지만 첫 2편의 작품의 배경을 목포와 광주로 했다. “분지인 고향에서 개방된 서울로 올라오면서 시각이 문화적, 사회적 시각도 열렸다”며 “전라도 사람은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야 처음 만났고, 광주항쟁의 진실도 성인이 된 이후에야 알게 됐다”며 “그 동안의 무지와 편견에 대한 부채의식이 영화 첫 두편을 만들게 한 동기”라고 말했다.
김지훈 감독은 “데뷔 이후 쉼없이 달려왔는데, 이제 제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공부도 더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