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중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를 한명 꼽는다면 박인비(24)가 아닐까? 박인비로서는 재기 아닌 재기를 한 해였다. 2008년 만 19세의 나이로 US여자오픈을 차지해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대기업 스폰서도 계약이 만료되자 조용히 떠났고, 그 다음 선택한 스폰서는 많은 선수들을 울린 불량기업이었다. 골프도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았고, 골프 외적으로도 많은 상처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2012년 박인비는 화려하게 비상했다. 영어이름(In Bee)에서 비롯된 별명 ‘여왕벌’처럼 도드라졌고, 외국 언론들이 붙여준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라는 별명처럼 포커페이스로 매 대회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6월부터 10월까지 10개대회 연속 톱10에 랭크되며 우승 2회, 준우승 4회 등 무려 8차례나 5위 안에 들어 화제를 모았다. 그 결과 신지애 최나연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3번째로 LPGA투어 상금왕에 올랐고,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7일 전지훈련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박인비를 지난 주 용인 자택에서 만났다.

LPGA투어 상금왕 박인비 선수가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 자택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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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리 박인비의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11년째 기르고 있는 애견 세미와 집을 지키던 박인비는 특유의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지난해 소감을 먼저 물었다. “욕심없이 시작했던 해인데 너무 많은 것을 이뤘다. 스윙교정을 하느라 큰 기대를 하지않았고, 스윙만 편하게 할 수 있다면 만족이었다. 하지만 3월 들어서면서 샷이 안정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스윙교정을 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티샷때 푸시가 자꾸 나기 때문이었다. 5년 정도 됐는데 불안감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했다. 하지만 약혼자인 프로출신 남기협(31)씨가 3년간 입스로 고생하다 탈출한 방법을 알려줬고, 그대로 스윙을 해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결국 3개월여만에 푸시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고, 올시즌을 기분좋게 치러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LPGA투어 상금왕 박인비 선수가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 자택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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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2012년이지만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놓고 경쟁하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사실상 가져간 것이다. 루이스는 2라운드까지 이보미에 7타 뒤졌으나 마지막날 8언더를 몰아쳐 1타차로 역전우승했다. 루이스가 준우승만 했어도 박인비에게 기회가 있었다. 박인비는 “(이)보미가 2라운드까지 잘쳐서 우승할 걸로 생각했는데 루이스가 마지막날 너무 잘쳤다. 내가 버디를 해도 상대가 이글을 하면 어쩔수 없지 않나? 하하. 남은 대회에서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고 심경을 밝혔다.

2008년으로 돌아가보자. 박인비에게 US오픈 우승은 어떤 의미였을까. “큰 대회에서 첫 우승을 해 부담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투어생활 전체로 보면 우승 하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내 스스로에게 너무 부담을 준 것 같다. 2009년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겪은게 다행인 것 같다.”

LPGA투어 상금왕 박인비 선수가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 자택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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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골프의 가장 강점은 퍼트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규정라운드(60)를 채운 선수 중 평균퍼트(28.34개)와 그린적중시 평균퍼트(1.720) 모두 1위다.

좋은 퍼트를 하는 법을 묻자 “감(感)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퍼터 감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꾸준한 연습과 각기 다른 그린에 대한 적응력이 중요하다. 또 아쉽게 놓친 퍼트를 빨리 잊는 성격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리막 퍼트는 살짝 떨어지도록, 오르막 퍼트는 꼭 지나가도록 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선수들이 많이 사용하지않는 오딧세이 세이버투스 퍼터를 쓴다. 5월부터 사용했는데 느낌이 좋아 계속 쓰고 있다고. 하지만 원래는 퍼터를 자주 바꾸는 편이라고 한다. “퍼터에 대해서는 즉흥적인 면이 있다. 아침에 써보고 안좋으면 다음날 다른 걸 들고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한 대회때 퍼터를 3~4가지 갖고 다녔는데 지금은 하나만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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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나 습관이 있냐고 묻자, 인터뷰 도중 귀가한 어머니 김성자씨(51)가 옆에서 “그런 것 없지않니?”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굳이 피하는게 있다면 4번 볼은 경기에서 안쓴다. 연습이나 프로암때 4번을 쓰고 나머지 볼로 경기를 한다”며 “우승했을 때 우연히 볼을 봤었는데 4번볼이 한번도 없더라. 그래서 4번은 연습용으로 정했다”며 웃었다.

박인비의 올해 목표는 세계랭킹 1위다. 지난해 목표를 초과달성해 만족하고 있지만, 정상이 보이는 상황에서 멈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상금왕도 값지지만, 골프를 치면서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는게 더 기쁘다. 이제 초조하거나 부담을 갖고 게임을 하지 않게 됐다. 올해도 그런 마음으로 골프를 하다보면 세계랭킹 1위에 도전할 기회가 올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PGA투어 상금왕 박인비 선수가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 자택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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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주말골퍼들을 위한 퍼트 팁을 물었다. “골프장에 가면 그린 파악이 중요하다. 연습그린에서 2,3개라도 볼을 쳐보고, 라운드를 시작하면 스트로크나 머리를 들지 않으려 애쓰기 보다 거리감을 빨리 잡아보려고 하라. 그리고 손목을 지나치게 안꺾으려고 하지말라. 자연스럽게 꺾이는게 더 스트로크에 좋다”고 조언했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p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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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