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심·유족 협조가 성패 관건

부산시가 자살 예방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심리적 부검’을 시범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부산시교육청 등은 최근 자살예방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자살을 개인적 사안이 아닌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하는 첫 단추를 뀄다.

체계적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심리적 부검’을 도입한 것은 지방자치단체로는 부산시가 전국에서 최초다. 하지만 ‘심리적 부검’이 국가적으로 처음 도입된 것은 2009년. 핀란드(1989년)와 미국(1990년) 등 서구 선진국에선 도입이 빨랐지만 아시아권에선 최근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국내 도입 당시 보건복지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심리적 부검 모델을 만들어 강원, 경기, 충북, 경북, 제주 등 전국 경찰청에서 이 제도를 실시했다. 조사는 2011년 4월까지 실시됐지만 정신적 충격에 빠진 유족들이 대부분 심리적 부검을 거부해 실시된 사례는 전국적으로 56건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의 심리적 부검 도입의 성패는 어떻게 자살자의 가족들을 설득하고 이를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시키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자살예방센터가 만든 체크리스트를 시내 15개 경찰서에 배포하고 담당 경찰관이 필요한 자살자 정보를 파악해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후 부산경찰청이 분기별로 체크리스트를 모아 부산시에 보내면, 시가 자살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체크리스트에는 질병, 가족관계, 학력, 거주 형태, 소득, 가족 갈등 등이 조사항목에 포함돼 죽음에 이른 심리적 요인을 조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어떤 계층이나 심리적 환경에 처한 사람이 자살 고위험군에 포함되는지를 체계적으로 파악한 뒤 이들을 집중 관리함으로써 자살률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느냐도 관건으로 남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의 자살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시 차원의 자살 예방 시행 계획을 수립, ‘심리적 부검’을 도입키로 결정했다“며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유족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