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올들어 코스닥 상장사들이 앞다퉈 자사주를 처분하고 있다. 이는 코스닥지수가 상승하는 가운데 경기전망은 불투명해지자 기업들이 자사주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선제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잇단 악재로 주가가 떨어진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기업들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여 주가 방어에 나선 것과도 대비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들어 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 결정 공시 건수는 1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늘어났다.

세진전자는 기관투자가의 지분 참여와 거래 유동성 확대를 위해 자사주 20만주를 3억1300만원 규모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삼영이엔씨도 이날 같은 사유로 자사주 20만주를 16억1200만원 규모에 처분키로 했다. 앞서 비만치료제 ‘살사라진’으로 유명한 휴온스는 신규사업 진출 투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20만주를 39억원 규모에 처분을 결정했다.

이밖에 이달들어서만 유비벨록스와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컴투스, 한글과 컴퓨터, 인터파크 등이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라 자사주를 처분했다. 액토즈소프트와 유진테크, 오상자이엘 등은 임직원 상여금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팔았다.

이처럼 자사주 처분이 늘고 있는 것은 우선 코스닥지수가 오르면서 주가부양효과를 누린 기업들이 차익을 실현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기업들이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자금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목적도 크다.

김완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면 기업 입장에서는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다”면서 “특히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진 경우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차입금을 갚거나 현금을 확보하기위해 자사주를 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이 기업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자사주 처분 목적이 유동성 확보와 신규사업자금 마련 등으로 기업상황에 따라 다양해 이를 통해 기업가치 판단기준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 “기업이 자사주를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팔았는지 꼼꼼히 살펴본 후 회사 가치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