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끓는 청춘’ 카사노바役 열연 이종석
매번 다른 캐릭터…대중들은 똑같이 생각 이번엔 새로운 차원 연기 ‘갈증’ 풀어 평소엔 얌전하지만 실제 모습과 닮아 대세배우? 그냥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오감(五感)이 발달했던 우윳빛깔 소년은 한 여자를 위해 쏟아붓던 초능력(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을 여러 여자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잘난 거라곤 여자 꾀는 능력 하난데, 그게 화근이라 도내 일진에게 얻어터지기 일쑤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전설의 카사노바’다.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가 터져나오고, 팬티 하나만 걸친 채‘ 가무’도 즐긴다“. 새하얀 사각팬티가 비칠까 민망해 두 장이나 겹쳐 입었을 정도”다. 멋지다고 자부할 희한한 손놀림도‘ 초능력 소년’과는 영 딴판이다. 누나들은 욕망했고, 소녀들이 갈망했던 순정만화 속 주인공은 껍질을 벗었다. 그 역시 그럴 나이 스물다섯, 새 영화‘ 피 끓는 청춘’의 이종석이다.
이종석의 2013년은 정신없이 바빴다. TV 드라마 ‘학교2013’(KBS2)을 시작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빅히트를 쳤고, ‘관상’과 ‘노브레싱’이 뒤이어 스크린에 올랐다. 드라마 종영 이후 인터뷰도 고사한 채 릴레이 촬영을 시작했던 ‘피 끓는 청춘’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이종석을 만났다.
‘반항 아닌 반항’으로 물들인 금발머리는 영화 홍보를 시작하면 다시 염색할 거라고 했지만 그대로였다. 대세배우로 불리는 요즘 “소속사에서 목소리가 커진 덕분”이라며 씨익 웃는다.
“또 교복이에요. 이제 교복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것 같아요. ‘너목들’이나 ‘노브레싱’이나 캐릭터는 조금씩 달랐다고 생각했는데 대중은 다 똑같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답답했죠.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2011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MBC)부터 내리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스스로는 “흐리고 밋밋한 얼굴이라 배우하기에 좋은지 모르겠다”지만, 그 뽀얗고 섬세한 얼굴을 한 교복 차림의 이종석을 여자들은 알아봤다. 비상한 능력마저 갖춘 ‘밀크남’은 이제 못하는 게 더 많은 ‘모자란 청춘’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1982년, 공간은 충청남도 홍성으로 점프한다. 많이 망가졌다. 찌질함도 수준급이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청춘영화나 코미디영화가 심도있게 고민할 필요는 없잖아요. 확 변해서 망가진 모습을 보여줬고, 더 과장하고 더 찌질해지고 싶었어요. 저…실제로도 그래요.”
‘마음가는대로 연기’했기에 중길 역은 이종석에게 ‘편한 옷’이었다. ‘연애’에 목숨 건 열여덟 청춘은 이종석과도 닮았다. 물론 카사노바는 아니었다. 학창시절의 이종석은 얌전한 학생이었고, 인기도 없었다고 한다.
“애정결핍에 치대는 성격은 연애하기에도 적합한 남자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운동도 싫고 친구도 없다”는 그의 유일한 취미는 TV 시청, 관심사는 일찍 발을 들인 연기자의 세계뿐이다. 자신 역시 “관심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잘하는 것 하나 없는 무능력자 중길과 같다”고 한다.
지금은 대세 스타로 불리지만 사실 이종석의 시작도 순탄치는 않았다. 모델하면 연기자 될 수 있다는 말에, 아이돌가수 하면 연기자 될 수 있다는 말에 이끌려 하기 싫은 일은 하던 때도 있었다.
6인조 아이돌그룹 멤버로 데뷔를 준비하던 때엔 “노래도 랩도 춤도 안되고, 정말 못해먹겠다 싶었다”고 한다. 열아홉부터 스물한살까지의 3년은 일도 없이 소속사 밥을 먹던 때다. ‘검사 프린세스’(SBS)로 데뷔할 당시엔 “일단 데뷔만 하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당연히 쉽지 않았다. 그 때의 갈증이 지난해 터져 나왔다.
이제와 생각하면 “두 작품씩 동시에 찍다 보니 소화시키지도 못할 음식을 입에 넣은 것 같다”고 한다. 방송가와 충무로가 지켜보는 대세배우지만, 이종석은 자신에게서 배우로서의 이미지 한계도 본다.
“유일한 취미인 TV에 제가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해요. 하지만 배우 이종석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직 창피해요. 제 연기에 당당하고 만족하는 때는 아니에요. 20대 배우가 연기로 인정받기는 힘들잖아요. 판타지를 주는 고교생 역이 어울리는 이미지 한계도 있고요. 곧 고민의 시간이 오겠죠. 빨리 나이들기를 바라기도 해요. 대세는 지나가는 거잖아요. 배우로 불릴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