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개그콘서트의 광팬이다. 웃음이 있고, 해학이 있고, 삶의 즐거운 ‘팁’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황해‘를 유독 좋아한다. ‘당황~하셨어요?’라는 멘트가 나올때마다 배꼽을 쥐곤 한다. 일각에선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을 재중동포라는 특정 집단이 자행하는 범죄인 것으로 설정하고 재중동포의 어리숙한 행동을 지나치게 희화화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냥 개그 소재일 뿐 그렇게까지 따져야 하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황해’를 그냥 즐거운 눈으로만 쳐다보지는 못할 것 같다.

사상 최악의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것과 관련이 크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카드에서 1억400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황당하고 기가 막힌 일이다. 고객으로선 눈 뜨고 당한 일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대책이 없단다. 2~3차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금융당국은 끙끙 앓고만 있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은행과 카드 역시 소극적인 통보 업무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뿔이 났다. 당연한 것이다. 인터넷에선 은행과 카드, 금융당국에 대한 성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네티즌 myjo는 “이들은 큰죄를 지어놓고 말로만 넘어가려 합니다 신상정보가 털린 국민들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이건 당연히 정신적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상을 털리신 분들이 힘을 모아 해당 카드사 은행으로 단체소송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nos0는 “고객님들께 머리숙여 사과합니다? ○○○, 그래서 어쩌라고? 이게 ‘죄송합니다’로 끝날 일이니? 어떻게 책임질거고 어떻게 보상해줄건데?”라고 썼다. nymp는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 만큼 정부가 나서 사태수습 제대로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앞으로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했다.

대부분 카드 고객들인 네티즌들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은행, 카드사 정보 유출 문제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에도 계열사 간 고객 정보를 공유하면서 간간이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잦았다. 선제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의 사상 최악의 정보 유출은 은행과 카드사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빅데이터 시대라고들 한다. 영역 간 융복합과 정보의 가치를 키워 통찰력을 극대화하는, 그런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모두들 말한다.

그런데 개인 프라이버시 데이터를 보호할 능력도 없는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존재하는 한 과연 빅데이터 시대로 줄달음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개그콘서트의 ‘황해’는 어디까지나 개그다. 그렇지만 실제 삶에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억울하고 심장을 후벼파는 아픔이 느껴질 것이다.

개인 정보 유출은 현대사회의 극악한 범죄 중 하나다. 빅데이터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이런 행위는 중대 범죄로 인식해 엄벌해야 한다.

기자는 더이상 ‘황해’를 웃으면서 보기 어렵게 됐다. 씁쓸한 일이다. 네티즌과 기자의 불만은 다르지 않다. 이걸, 누가 책임질건데?

김영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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