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린(프랑스)=김대연 기자]지난 1980년대 후반 강력한 상품성으로 무장한 일본 브랜드들이 잇따라 프랑스에 진출하자 르노자동차는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차량 개발에 60개월이 소요됐던 르노와 달리 일본 업체들이 45개월만에 신차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급기야 1991년 르노는 R&D(연구개발) 시설을 한데 모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로 결정한다. 7년의 건설 기간을 거쳐 지난 1998년 이블린 지역에 완공한 것이 바로 오늘날 르노자동차의 심장부로 불리는 ‘르노 테크노 센터’다.
지난 2일(현지 시간) 파리 서남쪽으로 약 20㎞를 차로 달리자 도로 오른쪽 공간에 르노 테크노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개인 공항 부지였다는 이곳은 150헥타르 대지에 건물 면적만 42만5000㎡. 1만1000명이 차량 연구 개발 및 엔지니어링, 그리고 영업과 마케팅 업무까지 총괄하고 있다.
센터는 차의 개발 과정에 따라 R&D팀과 디자인 팀 등이 입주한 아방셰(Avancee), 층마다 5~6개의 프로젝트 팀이 양산 준비를 진행하는 라뤼셰(LaRuche), 그리고 수작업으로 차량 모형을 만드는 팀이 있는 프로토(Proto) 등 3개의 핵심 건물과 5개의 보조 건물로 구성돼 있다. 프로토에서 차가 만들어지면 각종 테스트와 수정 작업을 거쳐 약 1년6개월 뒤 실제 양산차가 생산된다.
이곳 르노 테크노센터의 특징은 차량 설계 및 개발 업무의 90% 정도가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테크노 센터에는 5000개의 컴퓨터기반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CAE)과 4개의 대규모 컴퓨터 이미지 디스플레이 장비가 설치돼 있다. ‘얼티메이트(Ultimate)’로 불리는 시뮬레이터는 성능이 뛰어나 독일 BMW, 벤츠가 이용할 정도다.
테크노센터와 붙어있는 디자인센터는 2만7000㎡의 면적의 2개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르노, 다시아, 르노삼성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27개 국적을 가진 489명이 근무중이다.
르노는 매년 매출액의 5~6%를 R&D 비용으로 지출한다. 지난해에만 25억 유로 이상을 썼다. 경쟁사의 차량을 해체해 정밀 분석하는 애널리시스 센터가 1년 동안 뜯어보는 차량만 200대~250대에 달한다. 경쟁 업체들의 2배 수준이다. 방문 당시에도 현대차 신형싼타페를 비롯해 총 14대의 차량이 센터 안에서 해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르노 관계자는 “사실상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메이저연구소”라며 “과거 60개월 걸렸던 차량 개발 기간이 지금은 30개월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