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MBC 간판앵커’, ‘국민앵커’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숱한 어록도 남겼다. 2010년 과천 서울대공원 말레이곰 탈출로 소동을 빚었던 당시엔 “말레이곰, 도망가지 말레이”라는 말로 앵커의 무게감을 내려놓았다. 2011년 1월 물가불안으로 여론이 술렁일 땐 “물가가 스카이콩콩도 아닌데 너무 뛰고 있다”는 유머를 섞은 촌철살인으로 정부를 겨냥했다. 최일구 앵커가 이젠 ‘MBC의 간판’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돌아왔다. 자리는 달라졌지만 마음은 여전했다. 국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어록 행진’도 한결같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국민앵커’가 아닌 ‘찌라시 앵커’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최일구(53) 앵커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동참했던 파업 이후 MBC를 퇴사한 뒤 2개월, 파업기간 중 방송을 하지 못했던 것을 더하면 1년 2개월 만의 복귀다.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를 전하는 코너(‘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서다.

오랜만에 돌아온 최 앵커는 지난 13일 tvN ‘SNL코리아-위켄드 업데이트’ 첫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선임에 대한 여권의 딜레마를 전하며 “인사가 만사다. 잘못된 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다”고. 이 말이 꼭 자신이 몸 담았던 MBC의 김재철 전 사장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을 지라도, 그의 심경인 것만은 분명했다.

최일구(전방송기자/전앵커)
최일구(53) 앵커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동참했던 파업 이후 MBC를 퇴사한 뒤 2개월, 파업기간 중 방송을 하지 못했던 것을 더하면 1년 2개월 만의 복귀다.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를 전하는 코너(‘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서다.
최일구(전방송기자/전앵커) 최일구(53) 앵커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동참했던 파업 이후 MBC를 퇴사한 뒤 2개월, 파업기간 중 방송을 하지 못했던 것을 더하면 1년 2개월 만의 복귀다.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를 전하는 코너(‘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서다.

“잘 돌아왔다”는 인사가 쇄도했다. “진짜 앵커가 ‘SNL코리아’에 상륙했다”며 시사 풍자 성격을 띈 프로그램을 선택한 최 앵커의 결정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스스로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27년 3개월, 청춘을 다 바쳤던 MBC를 퇴사하기로 한 것도,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를 결정한 것도 그렇다.

최 앵커에게 지난 1년 2개월은 길었다. “지난해 2월 말부터 파업에 동참했는데, 한겨울에 시작해 한여름에 끝이 났어요. 파업 후에도 정직상태로 지내며 무직자처럼 노숙자처럼 왔다갔다 하고, 교육을 받고. 격리된 생활을 1년 넘게 했어요.” 생활인으로의 비애가 묻어났다. 그해 2월4일엔 외부특강을 나간 후 회사에 신고하지 않아 사규를 어긴 것이 적발됐다. 이 일로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정직3개월을 받아들게 됐다. 최 앵커는 나이 쉰을 넘긴 자신이 ‘비참하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단 한 번도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기자 출신 앵커는 “한 번뿐인 인생인데 이렇게 무의미하게 살아서 뭐하나” 싶은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앞날이 막막해지는 시간 앞에 그는 “나더러 그만 두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올 2월 MBC를 떠나게 된 이유였다.

최 앵커는 이제 새로운 명함을 받아들었다. 두 번째 녹화를 앞둔 지난 20일 상암 CJ E&M 센터에서 최 앵커를 만났을 때 그는 MBC 명함을 먼저 건넸다. 꺼내는 손이 민망한 듯 “옛날 건데”라면서 ‘공허(空虛) 최일구’ MBC 보도국 부국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최 앵커는 바로 새로운 명함을 받아들었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CJ E&M ‘최일구 앵커’라는 명함이다. 최 앵커도 27년여 만에 받아든 새 명함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지었다.

최일구(전방송기자/전앵커)
최일구(53) 앵커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동참했던 파업 이후 MBC를 퇴사한 뒤 2개월, 파업기간 중 방송을 하지 못했던 것을 더하면 1년 2개월 만의 복귀다.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를 전하는 코너(‘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서다.
최일구(전방송기자/전앵커) 최일구(53) 앵커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동참했던 파업 이후 MBC를 퇴사한 뒤 2개월, 파업기간 중 방송을 하지 못했던 것을 더하면 1년 2개월 만의 복귀다.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를 전하는 코너(‘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서다.

“퇴사에 대한 미련이라면 끝까지 남아 정년퇴직을 하지 못한 것, 회사가 정상화가 안된 상황에 나온 미안한 마음이죠.” 하지만 이제 최 앵커는 야인이 됐다. 새 명함을 손에 들고 최 앵커는 “마음에 든다”며 새로운 일을 하는 이 곳에 빨리 동화되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다. 지상파에 몸 담았을 때보다는 더 자유로운 풍자와 비판이 가능하다는 것도 최 앵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의 지상파 뉴스에선 풍자가 없었고, 풍자 자체가 발전이 안됐기 때문에 이곳에선 보다 자유로운 ‘최일구’를 보여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오랜 시간 손에 쥔 우산은 내려놨다. 울타리도 넘어섰다. “인생, 월세 아니면 전세”란는 쿨한 최일구 앵커에겐 ‘인생 2모작’인 셈이다. 이 곳에서 ‘국민앵커’, 아니 그가 말하길 ‘찌라시 앵커’의 ‘어록행진’을 기대해도 좋을까.

“일개 앵커가 말하는 게 무슨 어록인가요.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어록이 돼야하는데 연예인이 이야기하는 것이 어록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죠. 내가 하는 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다만 국민들의 상식적인 수준에 맞출 뿐이에요.”

[사진=CJ E&M]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