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대한민국 남성들이여.’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는 ‘남자를 호출한다’. ‘아빠’를 초대하고, ‘군인’을 불러낸다. 가수 싸이의 자칭 ‘오빠’는 이제 ‘젠틀맨’이다. 아빠, 오빠, 아저씨. 대한민국 남성인 당신은 그 중의 하나다.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 12일, 싸이는 신곡 ‘젠틀맨’을 처음 발표한 공연 ‘해프닝’에서 유튜브와 인터넷포털사이트의 생중계 카메라가 모두 꺼진 뒤, “이제 진짜 놀아보자”며 메들리를 불렀다. 넥스트, 박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이문세 등 1980~1990년대 가수 히트곡이 싸이의 목소리와 관객들의 ‘떼창’으로 이어졌다. 영화 ‘전설의 주먹’의 주연들은 실제와 극중 나이가 똑같이 43세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발화와 서사, 소비의 주체는 남성 중에서도, 40대가 핵이다.

이들은 경제의 핵심동력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다. 사회와 가족제도에서 이들 남성의 공식적인 지위를 표상하는 이름이 ‘아빠’다. ‘7번방의 선물’과 ‘전설의 주먹’, ‘아빠, 어디가’ 등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이른바 ‘부성애 콘텐츠’는 직장인 혹은 자영업자인 경제 활동의 주력층으로서의 피로감과 남편 및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다뤘다. ‘아빠’는 남성이 어깨에 짊어진 ‘노동과 의무의 세계’다.

군을 소재로 한 오락물도 인기다. 군대는 한국 남자 모두의 ‘추억담’이자 남성성을 인증하는 ‘자격증’이다. 이것이 대중문화 콘텐츠가 40대가 가야한다. 신설된 MBC의 병영체험 프로그램 멤버는 김수로와 서경석이다.

반면 싸이의 노래가 구현하는 것은 ‘욕망의 주체’로서의 남성이다. ‘아빠’나 ‘군인’이 상징하는 노동, 의무, 가족, 서열, 규율의 세계를 벗어나 마음대로 놀고 먹고 장난치고 여성과 수작하고 싶은 ‘악동’이며 ‘키덜트’이고 ‘오빠’이며 ‘사나이’다. ‘젠틀맨’의 주인공은 주류 사회 속 공식적인 지위로부터 일탈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B급 문화의 맥락에 선 주체다.

왜 우리 대중문화는 40대 전후의 남성을 ‘아빠, 오빠, 아저씨’로 전면에 불러낼까. 이들은 실업과 해고, 하우스푸어, 에듀 푸어 등 사회 경제적 위기와 변화의 일차적인 ‘담지자’이자,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선 투자자, 프로듀서, 작가, 배우, 가수 등 콘텐츠의 주생산자이자 구매력을 갖춘 핵심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할 말이 많은’ 존재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