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와의 로맨스 그린 영화‘웜바디스’ 반인반수가 주인공인 드라마까지
불황·세대갈등·환경재난 등 현대인의 불안·무의식적 소망 반영
오는 8일 첫 방영되는 MBC 월화극 ‘구가의 서’는 지리산의 수호신 아들인 반인반수(半人半獸) 청년(이승기 분)과 한 여인(수지 분)의 사랑을 담는다. 지난해 큰 인기를 누렸던 ‘늑대소년’에 이어, 돌연변이 혹은 이종교배의 산물인 ‘짐승남’과 인간의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다.
최근 극장가에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는 외화 ‘웜바디스’는 좀비 청년과 인간 여인 간의 로맨스를 다뤘다. 뱀파이어 청년과 늑대인간의 지고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주인공 등 이종(異種)끼리의 삼각관계를 테마로 해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트와일라잇’의 원작 소설가 스테파니 메이어의 또 다른 작품을 스크린에 옮겨 4일 개봉한 ‘호스트’는 외계인과 인간 간의 사랑을 극의 중심에 놓았다. 이제 대중문화에서 인간끼리의 사랑은 크게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다. 외국 드라마를 수입ㆍ방영하는 국내 케이블TV에서는 뱀파이어물과 좀비물이 넘친다. 좀비, 뱀파이어, 외계인, 반인반수는 인간의 입장에서 ‘타자(他者)’이자 ‘괴물’이다.
바야흐로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가 ‘괴물’과의 사랑에 빠졌다.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 각국의 영화제를 돌며 초청작을 선별하는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자 영화평론가 이상용 씨는 “최근 해외 영화제에선 좀비, 뱀파이어 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쏟아진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고 전했다.
왜일까? 이상용 씨는 “새로운 타자를 극에 끌어들이면서 기존의 가족, 멜로, 로맨스 등 장르를 새롭게 혁신하고자 하는 대중문화의 서사 전략”이자 “경제 불황과 환경 재난, 세대 갈등, 탈지역화 등 사회 변화로 인한 현대인들의 불안과 위기의식, 무의식적 소망의 반영물”이라고 분석했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신작 ‘필름 소셜리즘’에서 현대 시대를 일러 ‘잡종들의 시대’라고 비유했다. 결국 ‘괴물과의 연애담’은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괴물’이라는 극단의 상상을 담은, ‘잡종들의 시대’에 태어난 자기 위안의 낭만적 서사가 아닐까?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