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이 치고 있는 ‘중국 포위망’을 돌파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인도를 중국 편으로 끌어들여 아시아·태평양 회귀를 선언한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현대사에서 중국과 인도만큼 애증이 교차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1950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을 때만 해도 두 나라의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인도는 사회주의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정한 나라였고 티베트 합병도 묵인했을 정도였다.
1954년에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네루 총리가 양국을 교대로 방문하면서 이른바 ‘평화공존 5원칙’에 합의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1959년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피신하면서 양국 관계는 냉각되기 시작했다. 1962년에는 국경분쟁으로 전쟁이 발발하면서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중국은 히말라야산맥의 접경지인 라다크 지역을 전격 침공했고 20여일간 계속됐던 전쟁에서 인도는 치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전쟁 이후 인도는 중국과 적대관계였던 옛 소련과 급속히 가까워졌고, 중국은 인도의 숙적 파키스탄을 지원하면서 두 나라는 ‘원수’ 사이로 악화됐다.
이후 양국은 관계 개선에 나섰으나 지금도 두 나라 사이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인도는 중국이 자국의 ‘앞마당’인 서남아권과 인도양에서 정치ㆍ군사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데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달 초에도 라다크 지역에서 양국 간 병력대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 3월 총리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인도를 선택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역대 중국 총리의 첫 방문 외교에 중요한 ‘외교코드’가 숨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경우 첫 방문국은 태국이었다. 2003년 4월 중국이 사스(SARS)로 위기에 처했을 때 원 총리는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우려감 해소에 나섰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첫 방문국은 영국이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그 다음해인 1998년 3월 영국을 찾아 홍콩 반환 이후 중ㆍ영 관계 증진을 시도했다.
이번에 리 총리가 인도를 찾은 것은 중국이 얼마나 인도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선 리 총리는 이번 인도 방문에서 미국, 일본이 치고 있는 ‘중국 포위망’을 돌파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인도를 중국 편으로 끌어들여 아시아·태평양 회귀를 선언한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리 총리는 이번 사흘간의 인도 방문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만나 ‘히말라야’를 뛰어넘는 악수를 나눴다. 리 총리는 인도에 시장을 개방해 인도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인도 끌어안기’에 힘을 쏟았다.
한때 전쟁까지 치렀던 용(龍·중국)과 코끼리(象·인도)가 이제는 함께 춤을 추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사이가 될 것인지, 중국이 펼치고 있는 ‘대국 외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