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64년 검찰 역사에서 2012년 같은 ‘최악의 해’는 없었다. 검찰에게 지난해는 ‘악몽’과도 같았다. 뇌물검사, 성추문검사, 브로커 검사 등 입에 담기도 민망한 검사들의 치부가 속속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감찰조사와 항명으로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검붕’(檢崩)사태까지 겪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당시 주요 대선주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검찰 개혁을 외쳤다. 32년간 한국 특수수사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마저 문을 닫는 굴욕을 맞았다.
이러한 격류속에서 표류하던 검찰호의 조타기를 잡은 것이 바로 채동욱(54ㆍ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다. 검찰내 대표적인 ‘특수수사통’으로 손꼽히는 그는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 세간의 관심을 끈 대형사건에 참가해 솜씨를 뽐낸 바 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이면서도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은 중수부의 문을 직접 닫아건 총장은 격류속에서 표류중인 검찰의 방향을 제시하기엔 더할나위 없는 인사라는 평이다. 채 총장은 선ㆍ후배를 막론하고 누구나 인정하고 아낄 정도로 원만한 성품에 리더십이 뛰어난 융화의 달인이다. 게다가 여러 보직을 두루 경험한 덕에 특수수사, 감찰제도 개선 등 검찰 구조개혁을 달성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부장ㆍ차장 시절에 이끌었던 후배들과 따로 ‘사적 모임’을 많이 갖는 검찰에서도 드물게 이런 모임을 갖지 않는 인사로 널리 알려졌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정치권에 따로 ‘빚진’ 일이 없어 외압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청문회과정에서는 야당 인사들로부터 ‘파도남(파도파도 미담만 나오는 남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며 여ㆍ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채 검찰총장이 돋보이는 점은 외부 인사들의 말을 폭넓게 듣고 따르려 한다는 점이다. 채 총장이 구성한 검찰개혁심의위원회에는 10명중 9명이 외부인사일 정도로 검찰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았다. 채 총장은 또 감찰제도 개혁에 있어서도 변호사 등 외부인사를 영입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검찰 개혁ㆍ비리검사 퇴출과 관련해 헤럴드경제가 국회의원, 법학전문대학원교수, 변호사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따로 부탁해 받아 갔을 정도로 외부의 조언을 중시한다. 이러한 모습이 검찰만을 위한 검찰개혁이 아닌,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검찰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