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대기업 광고기획 부서에서 일하던 최미영(30,가명) 씨. 그는 최근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의 마케팅 직군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기업의 관료제적 소통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보고 과정을 거치다보면 휴지조각이 되기 일쑤였다. 최씨는 연봉은 낮지만 회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며 이직을 결정했다.

13일 IT업계와 헤드헌터들에 따르면 최근 고연봉 대기업 직원 중 카카오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헤드헌터들은 “취업포털에 NHN과 같은 IT기업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카카오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에서 근무하는 400여명 직원 중 대다수는 경력직이다. 이중에는 삼성, SK, LG 등 대기업 출신이 포진해 있고 야후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KTH 등 최근 사업 철수와 구조조정을 겪은 업체 직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주로 전 직장에서 디자인, 개발, 광고 등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군에 종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대기업 IT 직군 종사자들이 카카오로 향하는 이유는 이곳의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개발, 디자이너, 광고 등의 분야 직원들이 말하는 첫째 조건은 의사소통. 자신의 아이디어가 팀 내에서 공유되고 실패하더라도 실행에 옮겨지길 바란다. 그러나 수천명의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대기업에서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어렵고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보다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고연봉 대기업 직원 중 카카오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에 NHN과 같은 IT기업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카카오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고연봉 대기업 직원 중 카카오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에 NHN과 같은 IT기업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카카오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2011년 한 대기업 출신 연구원은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카카오로의 이직을 선택하면서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부재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장치들이 너무 많아 주인의식이 생기지 않았다”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퇴사의 이유를 인터넷 상에 공개한 바 있다.

반면 카카오는 책상 사이의 파티션 높이를 낮추고 직원들이 이름과 직책 대신 입사 시 지은 영어이름을 부르는 등 의사소통을 수월하게 하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실제 이석우 대표와 이제범 대표는 각각 비노(Vino), 제이비(JB)라는 영어 이름을 쓰고 있다. 이런 문화는 게임하기, 플러스친구, 카카오페이지 등 다양한 혁신적 상품들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최근 고연봉 대기업 직원 중 카카오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취업포털에 NHN과 같은 IT기업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카카오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고연봉 대기업 직원 중 카카오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취업포털에 NHN과 같은 IT기업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카카오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는 “대기업은 오히려 보안 등 다양한 이유로 직원 간 소통을 막아 창조경제의 원동력이 되는 창의적 생태계 형성을 방해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교수는 “창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대개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데 대기업은 출퇴근 시간부터 복장까지 제약이 많다”며 “IT 종사자들이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대기업에서 벤처로 향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창의적 생태계가 자발적으로 조성되고 창조경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NHN, 다음 등 벤처1세대 기업들은 분사와 사내벤처 설립을 통해 회사를 슬림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포털이 모바일에서 카톡에 밀리면서 벤처정신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조직을 가볍게 하고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최근 고연봉 대기업 직원 중 카카오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에 NHN과 같은 IT기업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카카오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고연봉 대기업 직원 중 카카오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에 NHN과 같은 IT기업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카카오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