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초등학교 교실.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의 참새 같은 재잘거림이 끊이지 않는 교실은 세계 여느 곳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아이들의 눈망울에 때때로 슬픔이 깃들고, 교실의 한 구석엔 왠지 알 수 없는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아 있다. 자신 또한 내면 깊이 아픔을 간직한 라자르 선생님(모하메드 펠라그 분)은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울음을 듣는다. 곪은 상처에 뭔가가 와 닿은 듯 가끔 솜털처럼 곤두서는 아이들의 예민한 감각이 선생님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영화 ‘라자르 선생님’(감독 필리프 팔라도)은 상처받은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를 보듬어가는 치유의 ‘수업’, 힐링의 클래스다.

여느 날과 같은 어느 아침. 우유 배급 당번을 맡은 소년 ‘시몽(에밀리언 네론 분)’은 등교하자마자 친구들에게 나눠 줄 우유를 챙겨들고 교실 문을 여는 순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담임선생님이 교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 것이다. 아이들은 충격에 빠지고 학교에선 상담사에 의뢰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한다. 공석이 돼 버린 담임교사 자리의 후임을 빨리 찾아야 하는 교장에게 중년의 남자 바시르 라자르가 찾아온다. 알제리 이민자 출신이라고 밝힌 라자르는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며 학생들을 맡겠다고 자청한다. 담임을 맡은 첫날부터 아이들에겐 어렵기만한 발자크의 소설로 받아쓰기를 시키고, 철 지난 옛 문법용어를 써 학생들의 ‘항의’를 받지만, 시행착오 속에서도 제자들과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교감하는 라자르 선생님과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심리치료 덕에 서서히 웃음과 안정을 찾아가는 듯한 교실. 하지만 라자르 선생님은 전 담임교사의 죽음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는 학교의 암묵적인 정책 속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숨기고 있음을 알아챈다. 특히 선생님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시몽은 과거의 행동으로 깊은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마음속에 꾹꾹 눌러 감춘 아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꺼내려는 라자르와 애써 찾은 평화를 깨지 말아야 한다는 학교의 입장이 갈등을 빚는 와중에 라자르의 과거와 비밀이 드러나며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언뜻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서투른 것 같지만 유머와 진심, 따스한 배려로 교실 안에 망령처럼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가는 라자르. 늘 출장 중인 엄마 때문에 외롭지만 새 선생님과 글을 나누며 다른 친구들의 상처까지 감싸 안는 소녀 알리스(소피 넬리스 분), 늘 짓궂은 장난을 치다가 죄책감을 갖게 된 악동 시몽 등 ‘라자르 선생님’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빛을 발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다. 라자르 선생님이 내주는 폭력, 부당한 죽음 같은 작문 및 발표 주제에서 보듯 상실감과 죄책감 등 사뭇 무겁고 어려운 테마를 다루고, 교육 시스템과 이주민 문제, 정치적 망명 등 만만치 않은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지만 유머와 따스함을 잃지 않은 감독의 연출력이 탁월하다. 영화의 마지막, 라자르 선생님이 우화를 빌려 아이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울컥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