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사랑의 가위…’ 삼성전자 ‘나와 S4 이야기’ 등 기업과 영화 협업 잇달아

소비자 신뢰도·선호도 높아 새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

여자를 새로 소개받을 때마다 번번이 차이는 남자(윤계상 분). ‘소개팅녀’의 차디찬 외면에 지칠대로 지친 ‘인기 없는 남자’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전혀 뜻밖의 일로 ‘이 여자다’ 싶은 상대(박신혜 분)를 만난다. 남자는 승부를 건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자신이 이기면 저녁식사를 하는 내기다. 남자는 “내가 가위를 낼 것”이라고 선수를 친다. 여자의 선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30분여의 짧은 해프닝이 담긴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뜬다. ‘Your Best Way to Nature.’ 그리고 ‘김지운 감독 작품’.

이 영화의 제목은 ‘사랑의 가위 바위 보’이며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와 올라가는 문구는 올해로 창사 40주년을 맞은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캠페인 슬로건이다.

김 감독은 “자연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항상 함께하는 일상”이라며 “순간의 선택과 이끌림을 통해 자연스레 다가갈 수 있는 순수한 관계, 그것이 자연이 가진 힘이고 매력”이라고 영화 연출 의도를 밝혔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내세우는 ‘자연(nature)’의 이미지를 김 감독이 유쾌한 연애담으로 해석한 것이다. ‘사랑의 가위 바위 보’는 공포(장화, 홍련)부터 코미디(반칙왕), 액션 누아르(달콤한 인생), 웨스턴(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온 김 감독의 첫 로맨틱 코미디라 영화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박신혜(좌부터/탤런트/영화배우),윤계상(영화배우/탤런트)
김지운 감독, 윤계상 주연의 경쾌한 로맨틱코미디영화 ‘사랑의 가위 바위 보’가 기업(코오롱스포츠)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신혜(좌부터/탤런트/영화배우),윤계상(영화배우/탤런트) 김지운 감독, 윤계상 주연의 경쾌한 로맨틱코미디영화 ‘사랑의 가위 바위 보’가 기업(코오롱스포츠)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 브랜드와 영화의 ‘컬래버레이션(협업ㆍ제휴)’이 최근 국내에서도 잇따라 시도됐다. 지난 4월 30일엔 유튜브와 코오롱스포츠 홈페이지를 통해 ‘사랑의 가위 바위 보’가 공개됐고, 5월 6일부터는 삼성전자의 ‘나와 S4 이야기’가 온라인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나와 S4 이야기’는 휴대폰 ‘갤럭시S 4’의 브랜드 철학을 소재로 한 단편 옴니버스영화로, 배우 겸 감독인 정우성 김남길 구혜선 양익준이 각각 1편씩 연출을 맡았다.

이 같은 기업과 영화의 협업에 의한 작품을 보통 국내에선 ‘브랜드 필름(Branded Film)’이라고 부르지만, 일찍이 마케팅 수단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활용해온 역사가 깊은 서구에선 ‘브랜드 콘텐트(Branded Content)’라고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영화를 활용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예는 2001~2002년 발표된 독일 자동차 브랜드 BMW의 ‘더 하이어’ 시리즈가 꼽힌다. 각 10분여의 러닝타임에 총 8편의 단편 영화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매편 할리우드 스타 클라이브 오언이 드라이버로 등장하며, 팝스타 마돈나를 비롯해 제임스 브라운, 메릴린 맨슨, 포리스트 휘터커, 메이슨 리, 돈 치들 등이 각 에피소드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존 프랑켄하이머, 리안, 왕자웨이, 가이 리치 등 세계적인 감독이 연출한 초호화 캐스팅의 블록버스터급 브랜드 필름이었다.

브랜드 콘텐트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자 지난 2003년엔 ‘브랜드 콘텐트 마케팅 협회(BCMA)’라는 국제적인 단체가 결성됐으며, 2008년엔 소비자의 신뢰도, 18~34세 젊은 연령층에서의 선호도 등에 있어서 전통적인 광고보다 브랜드 콘텐츠가 훨씬 우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