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의무화…일할 수 있는 기간 늘었지만 임금피크제·세대갈등 등 큰 숙제는 그대로

지난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016년 1월 1일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 등이 정년을 60세로 정해야 한다.

첫 적용대상은 1958년 출생인 근로자들. 정년을 연장 받을 수 있게 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이 받게 되는 급여다. 기존에 받던 급여를 그대로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노사 합의 사항이기는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 큰 틀에서 ‘임금조정’, 미시적으로 ‘임금피크제’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누구를 위한 것=임금체계 개편은 현행 연공급적 임금체계를 직무ㆍ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연차에 따라 급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근로자 개개인의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이 오르거나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상당 부분 기업들이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금피크제(임피제)가 최대 관심사다.

임피제는 근속 연수에 따라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그때의 연봉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여가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거나 연장해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임피제에 대해 “고용보장(현행 정년고용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 연장)을 전제로 종업원의 임금을 조정하는 임금제도”라고 정의했다. 대표적인 경영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동일한 인건비하에서 고용을 중시하는 방안으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 또는 억제하는 방법을 통해 장기 근무를 배려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요약하면 고용은 연장하지만 임금 수준은 줄여나가는 제도다.

임피제는 근로자는 물론 사용자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다. 다만 노동계는 임피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자칫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 간 갈등이 고조된다는데=일부에서는 정년이 연장돼 장년층이 기업에 오래 남아 있게 되면 청년층의 신규 취업시장 진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총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경총이 지난해 5월 조사한 ‘청년실업과 세대 간 일자리 갈등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54.4%와 청년구직자 66.4%가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연장 시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정년을 연장한 37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정년연장 이후 순채용 인원이 300인 이상 사업장은 3.7%, 공공기관 사업장은 4%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년층 정년이 연장될 경우 신규 채용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는 우려는 기우(杞憂)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피제를 도입하지 않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청년층 신규 채용이 7.3% 감소했지만, 임피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청년층 채용이 24.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년 연장이 임피제와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용자 측의 논리다.

▶임금피크제…이렇게만 활용된다면=노동계 전문가들은 포스코(POSCO)가 임피제의 모범사례라고 꼽는다.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고, 사용자도 큰 손해를 볼 필요가 없어 윈-윈 게임을 하는 사례라고 치켜세운다.

포스코는 지난 2007년 1월 노사합동연구반을 발족했다. 당시 직원 평균연령은 45세, 평균 근속 18년의 상황이었다. 고연령-고근속 중심의 역(逆)피라미드형 인력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 정년 연장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하에 정년 연장을 위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선이 제안됐다. 이후 지난 2010년 10월 말 포스코 전 직원의 찬반 투표를 통해 71.5%의 찬성을 얻어 지난 2011년 1월부터 정년연장과 함께 임피제를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의 임피제는 이렇다. 기존 만 56세였던 정년퇴직 연령을 만 58세로 2세 연장한 뒤 건강 등 일신상 특별한 사유가 없고, 근무성적이 보통 이상이면 누구나 만 58세 퇴직 후 2년간 재고용을 가능케 했다. 사실상 정년퇴직이 60세가 된 셈이다. 임피제는 직원이 만 52세에 도달한 이후부터 만 56세까지 기본임금 인상을 정지하고, 만 57세까지는 정년연장 직전 기본임금의 90%, 만 58세까지는 80%, 재고용기간인 만 59, 60세까지는 60%를 받도록 했다. 추가로 58세까지 복리후생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자녀장학금, 선택형 복지 포인트, 휴양시설 이용 등의 혜택도 그대로 받게 했다.

▶300인 이하 중소기업이 문제=포스코는 대기업이다. 그래서 임피제를 적용해도 근로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300인 이하 사업장, 소위 중소기업은 오는 2017년 1월 1일부터 정년연장법이 적용되면 근로자들이 임피제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지금 받는 것도 ‘쥐꼬리’ 월급인데 뭘 더 깎겠다는 것이냐”라고 반발한다. 통상 임피제가 적용될 경우 기존에 받던 월급의 60~80%를 받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기존 월급이 많아 60~80%를 받아도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기존 월급이 적어 임피제가 적용되면 생활 자체가 안된다고 항변한다.

정부에서 각종 혜택을 주겠다고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정부 지원금이 아닌 사용자 측에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아 임피제가 적용된 근로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고임금자’가 아니다=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있다. 장년층을 고령자로 보고, 고령자의 경우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단정짓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년층 근로자의 경우 건강, 정신적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 역시 ‘고령자=고비용’이라는 등식에서 벗어나 고령자의 특성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정호석 공인노무사는 “대기업의 임피제는 그나마 잘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에서 향후 적용될 임피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중소기업의 정년 연장법 도입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연회ㆍ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