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아이돌 연기’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노력해야겠죠?”
KBS2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필독의 각오다.
‘일말의 순정’ 속 오필독은 지난해 데뷔한 남성 아이돌그룹 빅스타의 리더 필독이다. 시트콤에서 그를 먼저 본 시청자들은 풋풋한 신인 연기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음악 방송을 통해 빅스타를 봤을지라도 극중 오필독과 연결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일말의 순정’과 ‘빅스타’ 속 필독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빅스타는 데뷔곡 ‘핫보이’로 가요계의 입문, 제목만큼이나 현란하고 화려한 의상과 안무를 선보였다. 특히 필독은 특기인 댄스 실력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헤어스타일 역시 붉은색과 레게 등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며, 음악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 그가 ‘일말의 순정’에서는 맡은 역할은 ‘전교 1등’. 우등생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차분한 헤어스타일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캐릭터다.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는 말 그대로 ‘순둥이’.
필독과 오필독, 둘 사이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 “설렘 반, 두려움 반”
필독이 처음 ‘일말의 순정’의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학창시절부터 춤추는 것이 좋았고, 음악을 사랑해 가수가 되고 싶었던 아이였다. 데뷔 전 각종 댄스 경연 대회에서 트로피를 휩쓸기도 했고,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꽤나 이름을 알렸다.
때문에 연기에 대한 생각은 막연했다.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 정도.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에요.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지배적이었죠. ‘잘 못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 때문에 잠도 잘 안 오더라고요. 그런데 그것도 잠깐,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다들 잘 해주시는 덕분에 지금은 설렘과 재미가 더 커요(웃음)”
무대 위 익살스런 표정과 종횡무진 휩쓰는 필독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무래도 캐릭터가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이다 보니까, 실제 생활에서도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평소처럼 ‘밥 먹고 하자’고 이야기를 해도 멤버들이 ‘연기하는 것 같다’고 하고요(웃음). 극중 인물처럼 전교 1등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을 챙기고 작은 것을 배려하는 모습들은 저에게도 잇는 것 같아요”
‘일말의 순정’은 일일시트콤. 촬영 스케줄도 만만치 않다. 특히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를 회상하면서 필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일주일 중에 하루는 쉬고요. 나머지는 세트와 야외 촬영이 나눠져 있어요. 정말 추운 날에 촬영이 진행될 때는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어도 추운 것을 숨길 수가 없더라고요. 또 학교에서 찍을 땐, 여건 상 창문을 모두 열고 찍어야 해서 실내라고 하더라도 춥거든요. 추위와 싸우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음악 방송과는 확연히 다른 브라운관 연기. 약 3분의 시간 동안 노래와 춤을 소화해야 하는 가수와는 달리 긴 호흡에 감정을 표정 혹은 눈빛으로 전달해야 한다.
“처음 모니터를 할 때는 한 번에 다 못 보겠더라고요. 일시정지를 눌렀다가 또 다시 보고, 이걸 반복했어요. 클로즈업도 어색했고요. 눈을 감고 뜨는 것, 표정 하나 하나가 잘 나오니까 도저히 못 보겠어서 주변 지인들한테 물어보기도 했어요”
★ “진짜 순정이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말의 순정’ 속 러브라인 중 하나는 오필독과 정순정(정지우 분). 철없는 아버지 덕분에 어른스러운 순정, 그런 그를 보듬으며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는 필독이다.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은 시청자들에게도 지지를 얻고 있다.
“지우는 실제로 남자친구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선이 도드라지는 장면에서는 물론 연기는 지우보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하면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내기도 해요. 서로 상의를 하면서 장면을 만들어가죠”
데뷔 후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필독. 모든 것이 낯설지만, 좋아하는 감정을 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극중 감정 그대로, 순정이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연기를 하더라도 묻어날 것 같았거든요. 그러고서 순정이를 보니, 예뻐보이더라고요(웃음)”
‘일말의 순정’을 하고나서 가장 변화된 것은 ‘자신감’. 무대와는 다른 부담과 압박감 때문인지 필독은 위축됐다.
“말투, 억양, 표정 등등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더라고요. 모니터를 해도 부족한 점만 보이기니까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없어지고요. 그런데 일단 해야 하는 것이니까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첫 장면을 무사히 넘기고 나니 조금씩 어깨가 펴지더라고요. 초반에는 가족들도 ‘너 답지 않게 왜 이렇게 위축돼 있느냐’고 하셨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 해주시지만요”
회를 거듭 할수록 순정과 필독의 러브라인의 분량도 커지고, 더불어 시청자들의 호응 역시 높아졌다.
“순정이에게 ‘연인 연기는 어떻게 연습하느냐’고 물었더니,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하더라고요. 간접 경험이 되잖아요. 선배님들은 물론이고 또래 친구들에게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제는 아주 조금이지만 대본을 보면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해요”
★ “‘어쭙잖다’는 말은 싫어요”
총 120부작으로 기획된 ‘일말의 순정’. 현재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벌써 60회 대본을 받았으니, 반이 지나갔어요. 엊그제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한 것 같은 기분인데 말이에요.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돌 스타들의 연기자 변신은 이제 더 이상 이목을 끌만한 화제가 아니다. 최근 드라마에는 하나, 혹은 그 이상 본업이 가수인 이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연기를 시작한 만큼 열심히 배워서 잘 하고 싶어요. 어쭙잖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더 두려움이 컸는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흔한 ‘아이돌 연기’라는 소리보다 다른 작품에서도 ‘필독’을 찾을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필독의 각오는 다부지다. 무대 위에서든, 브라운관에서든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더불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해지길 바란다.
“아직은 끝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지만, 한동안 계속 오필독이 생각나지 않을까요? 공부만 하는 그런 아이 같기도 한 반면, 조금씩 보여주는 반전 매력도 있거든요. 남은 시간 동안은 더 친근한 필독이의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어는 덧 날씨가 풀려 완연한 봄을 맞았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같이 작업하는 모든 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 필독.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도착 할 때, 부쩍 성장해 있을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 hajin1008@ 사진 김효범 작가(로드포토스튜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