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십자회는 불투명한 기부금 처리와 고위간부 명품 스캔들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과잉’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인터넷 여론도 홍십자회 ‘추락’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 홍십자회(적십자회)가 투명성 낮은 운영을 해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온갖 소문과 잡음으로 홍십자회가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쓰촨(四川)성 야안(雅安)시 루산(蘆山)현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하자 중국 국민들이 선택한 기부처는 홍십자회가 아닌 액션스타 리롄제(李連杰)가 설립한 민간기금 ‘일기금(壹基金ㆍOne Foundation)’이었다. ‘4ㆍ20 루산 지진’ 발생 첫날 ‘일기금’에 기탁된 기부금은 2230만위안(약 40억원)에 달한 반면 홍십자회에는 14만위안(약 2500만원)밖에 모이지 않았다. ‘일기금’에 기부된 금액이 홍십자회보다 무려 160배나 많았다.
‘일기금’은 지난 2004년 리롄제가 몰디브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지진해일(쓰나미)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자 만든 민간자선단체다.
‘일기금’은 쓰촨 성 원촨(汶川) 대지진을 비롯해 위수(玉樹) 지진, 윈난(雲南) 가뭄 등 중국에서 발생했던 대형 자연재해 때마다 기금 모금과 복구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특히 ‘일기금’은 높은 ‘투명성’을 자랑하고 있어 ‘신뢰’가 땅에 떨어진 홍십자회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홍십자회는 중국 국가위생 및 계획생육위원회의 관할을 받는 사실상의 정부조직으로 이곳 직원들은 준 공무원 대우를 받고 있다. 때문에 다른 나라의 적십자회와 달리 독립적 운영이 이뤄지지 않아 예전부터 논란거리를 만들어왔다. 지난 2008년 원촨 대지진 때 국내외에서 막대한 기부금을 모았지만 기부금 처리가 불투명해 지탄을 받았다. 특히 2011년 7월 이른바 ‘궈메이메이(郭美美)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궈메이메이 스캔들’이란 한 20대 젊은 여성이 자신을 홍십자회 고위간부라면서 ‘궈메이메이’라는 아이디로 명품 핸드백과 고급 스포츠카 등의 사진을 웨이보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홍십자회 측은 “이 여성과 홍십자회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기금 유용 의혹을 촉발시키면서 신뢰를 크게 잃어버렸다. 홍십자회에 대한 불신은 이번 지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홍십자회는 지진이 발생하자 웨이보에 “작업팀이 피해상황 시찰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기부를 호소했다. 그런데 ‘시찰’이란 단어가 문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시찰’이란 말이 ‘관료적’이라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질타를 보냈다.
게다가 ‘과잉’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인터넷 여론도 홍십자회 ‘추락’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홍십자회와 관련된 온갖 소문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대부분은 근거 없는 것들이고 주관적 추측들이다. 이런 소문은 ‘불신’이라는 토양 속에서 자라고 있다. ‘경제 성장’에는 성공했는데 ‘정신 성장’은 하지 못해 빚어진 후유증이다.
높은 성장도 중요하지만 높은 수준의 사회적 신뢰도가 없다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 내의 신뢰감 회복일 것이다. 이는 중국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회구성원 간 신뢰감이 무너지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