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겟돈·버냉키쇼크·시진핑리스크…日·美·中 ‘3단 펀치’
시계제로 빠진 재테크 시장 PB들도 “일단 지켜보자” 관망만
“당분간 현금 들고 있는게 최선” 투자자들 주식 손절매 잇따라
“시장 상황이 무척 공포스럽게 느껴집니다. (투자와 관련해) 솔직히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릴 뿐입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신용경색 우려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급락한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센터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가 주된 질문이었지만 프라이빗뱅커(PB)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26일 해외증시 반등으로 우리 시장도 진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다.
글로벌시장이 요동치면서 재테크 전망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에 빠졌다. ‘아베겟돈→버냉키 쇼크→시진핑 리스크’로 이어지는 일본, 미국, 중국의 ‘3단 펀치’에 한국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면서 ‘재테크’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졌다.
각 증권사와 은행 프라이빗뱅킹센터에는 보유 주식과 채권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재테크 시장에서 날고 긴다는 PB들도 사실상 뚜렷한 대책이 없어 “단기급락세이니 상황을 지켜보자”는 조언이 대부분이다.
지난 5월 말 2000선이던 코스피가 한 달도 안돼 200포인트가 빠지는 급락세가 펼쳐지고, 슈퍼리치들의 필수 보유종목이던 삼성전자마저 130만원이 무너졌다. 안전자산이라 생각했던 채권마저 금리상승으로 손실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슈퍼리치는 물론 일반 직장인, 자영업자 등 개인투자자들은 피가 마를 지경이다. 이 때문에 “현금을 그냥 들고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강남의 한 증권사의 PB는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섰던 자산가들은 주식시장이 예상외로 급락하자 연초 올린 수익을 버리는 손절매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규산 현대증권 무역센터점 PB는 “주식과 채권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자산배분 상담을 진행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딱히 어떤 상품을 추천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PB는 “시장이 이렇게 급락할지는 몰랐다”며 “주식은 10%가량 떨어진 선에서 회복을 생각했다가 손절매 타이밍을 놓친 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재테크 환경이 ‘주식-채권-부동산’ 모두 좋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채권금리마저 상승하고 있어 신규투자를 하기도, 손절매를 하고 다시 포트폴리오(자산구성)를 짜기도 애매해지면서 ‘재테크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분명한 것은 현재 어떤 자산군도 좋은 쪽이 없다는 것”이라며 “대개 주식 쪽이 안 좋으면 채권은 강세가 돼야 하는데 금리가 높아지면서 채권도 어려워 수익처를 찾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조 부장은 “늘 위기가 예고하고 찾아오는 건 아니지만 이번엔 갑작스럽게 전 자산군에 걸쳐 진행되고 있어 이전과는 많이 다른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슈퍼리치들은 ‘어쩔 수 없으니 조금만 더 견뎌보자’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과감히 손절매를 하거나, 현금을 보유한 이들 중 일부는 저점 확인 후 주식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다.
강남의 한 증권사 PB팀장은 “지금으로선 당분간 일정 자산을 현금화하고 시장상황을 봐서 조금씩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이 그나마 권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권남근ㆍ박세환ㆍ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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