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영화 안에는 3개의 세계가 있다. ‘귀신’이나 ‘원혼’으로 상징되는 초현실적인 세계와 극 중 실제 현실의 세계, 그리고 등장인물이 가지는 망상과 환영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의 한국 공포영화는 이 3개의 세계가 이루는 경계에서 길을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크린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보이는 영상이 귀신이 한 짓인지,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등장인물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인지가 명료하지 않으니, 관객에게 설득력 있는 공포를 자아내지 못했다. 그러니 ‘끼익 대는 음향’과 ‘피칠갑을 하고 관절을 뚝뚝 꺾는 귀신의 형상’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더 웹툰: 예고살인’(감독 김용균)은 최근 한국 공포영화 중에서 상당히 완성도 높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 중 존재하는 3개의 세계가 논리적으로 연결되고, 매끄럽게 이어져 있다. 이 작품은 웹툰 원작의 영화가 아니라 웹툰을 소재로 활용한 작품이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한 만화적인 영상을 중간 중간 삽입함으로써 상당히 만족할 만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인터넷의 웹툰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젊은 세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극적인 음향과 귀신 형상 외에도 웹툰 스타일의 영상이라는 또 하나의 표현기법을 공포감을 자아내는 도구로 얻은 것이다.
‘더 웹툰’은 인기 작가의 인터넷 연재 웹툰대로 일어나는 잔혹 살인사건의 비밀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웹툰 편집장이 야근 중 사무실에서 끔찍한 사체로 발견된다. 담당형사 ‘기철’(엄기준 분)은 편집장이 새로 연재하려고 준비 중이었던 인기 작가 ‘지윤’(이시영 분)의 미발표 웹툰 내용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게 된다. 작가인 지윤에게 진실을 추궁하는 와중에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중년의 장의사(권해효 분)가 감전사한 시신을 수습하던 중, 이유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죽임을 당한 것. 역시 살해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시신의 모양과 위치까지 한치도 틀리지 않은 그림이 지윤의 웹툰 속에 있었다. 강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지윤은 자신 역시 끔찍한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는 한편, 형사들의 심문에 자신의 작품은 모두 지어낸 이야기이며, 실제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주장한다. 진실공방이 계속되던 중에 기철의 수사 파트너였던 후배 형사가 또 다른 희생자로 죽음을 맞게 된다. 기철은 지윤이 인기를 얻었던 전작 웹툰까지 조사하던 중 ‘예고살인’이 이번뿐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지윤이 과거 벌어진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의문의 한 소녀를 만났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결국 지윤은 자신의 웹툰에 얽힌 충격적인 고백을 시작한다. 여기서 웹툰은 죽은 자들의 말을 살아남은 자가 옮겨서는 안 되고, 이승의 인간들이 망령의 세계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깨는 ‘금지된 이야기의 발신지’가 된다.
‘더 웹툰’은 결국 숙명처럼 짊어진 삶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른 이를 해할 수밖에 없었던 가련한 인생들의 이기심과 죄의식이 빚어낸 비극을 그린다. 주인공인 웹툰 작가는 성공과 이야기를 향한 욕망으로 광기에 사로잡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공포란, 우리 안의 욕망과 죄의식이 연주하는 불길한 판타지라고 영화는 말하는 것이다. 오는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