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상영금지된 정치풍자 영화 제작자의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청구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심우용)는 영화제작자 김상윤 씨의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씨는 1967년 김지미, 박노식, 허장강 등 당대 유명배우들을 캐스팅해 당시 가치로 4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인 영화 ‘잘 돼 갑니다’의 제작에 들어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국정을 물을 때마다 “잘 돼 갑니다”라는 거짓말에 속았다는 내용의 정치풍자 영화로 이 전 대통령의 하야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제작 완료 후 검열 과정에서 정부는 영화를 고치라며 여러 차례 신고를 반려했고 결국 상영이 유야무야 됐다. 김 씨는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것도 보지 못한 채 1975년 숨졌다.

김 씨의 유족들은 이후 백방으로 노력해 1988년에 가서야 상영 허가를 얻어 대중에 영화를 선보였다. 하지만 너무 늦은 개봉 탓에 관객이 들지 않았고, 영화는 1주일만에 극장에서 내려졌다.

김 씨의 유족들은 2000년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보상심의위원회가 구성된 후 여러차례 보상금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지난 1월 겨우 영화 제작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았지만 보상금은 받지 못했다.

김 씨의 자녀들은 “부친이 영화 상영금지 조치에 울화병으로 사망했고, 아들 1명은 청와대를 항의방문 했다가 경찰에 두들겨 맞고 정신분열증을 앓게 되는 등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한 가족이 몰락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족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는 민주화보상위원회에 보상금 지급신청을 한 2000년에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뒤 제기된 소송은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