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송미령 역 열연
주부들 사로잡는 화려한 50대 당당한 캐릭터 ‘욕망형 엄마’ 인기
드레스·가방·선글라스 이목집중 판타지적인 패션 벗고 심플한 변신
KBS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 속 이미숙의 패션이 화제다. 화려한 드레스와 가방, 캣아이형 선글라스 등이 주부들에게 큰 인기다. 외출복뿐만 아니라 휴식을 취할 때 입는 홈웨어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진정한 최고의 패셔니스타다.
50대에 접어든 중년 여배우의 스타일이 여성 시청자의 워너비가 되기는 어렵다. MBC 주말극 ‘천번의 입맞춤’에서 재벌가 사모님룩을 보여주었던 차화연이 완판녀에 등극한 적이 있지만 이미숙의 럭셔리룩은 더욱 화려하다.
이미숙이 극중 화려한 의상을 자주 교체하며 마음껏 걸칠 수 있는 건 역할이 톱스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의 가슴을 뒤흔들었던 최고의 여배우 송미령이다. 그런데 이미숙의 극중 이미지는 자신의 실제 삶과 절묘하게 오버랩돼 명확한 경계가 헷갈림으로써 실제의 강한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극중 송미령이 독하면 독해질수록 이미숙의 실제 이미지는 좋아지고 있다.
이미숙이라는 배우의 차별화된 이미지는 나이가 들어도 당당하다는 점이다. 이미 중년에 접어들었음에도 관리가 매우 잘 된 케이스다. 이런 이미숙이 여배우 콘셉트를 걸치니 화려하고, 도회적이고, 고급스럽다.
이미숙은 넉넉함을 포용하는 전통적이고 희생적인 엄마상과는 전혀 다른, 고집과 줏대가 강해 타협과 양보가 쉽지 않은 욕망형 엄마다. 그 고집이 꺾이는 날 이미숙이라는 이미지도 상당부분 훼손될 수 있다. 이미숙은 연하남 스캔들에 관한 보도 등으로 각종 송사에 휘말리던 시점에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았다. 난 당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극중인물인 송미령은 스캔들에 당당히 맞선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당당하지 못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친딸인 이순신(아이유 분)을 길러준 엄마인 김정애(고두심 분)와 상대할 때도 일방적이고 기센 여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미숙의 매니저인 황일도(윤다훈 분)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이미숙의 짜증과 우울, 불안을 모두 받아들이는 존재다.
그런데 지금 이미숙의 이미지 전개와 변화 과정이 ‘최고다 이순신’에서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가 되고 있다. 아이유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친모(이미숙)와 길러준 엄마(고두심)의 다툼이 드라마의 큰 줄기가 돼버렸다. 아이유는 “절대 길러준 엄마를 떠날 수 없다”며 친모를 부정하다 결국 친모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숙의 이미지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지가 관건이다. 악녀가 착한 여자가 되건, 착한 여자가 못된 여자로 변하건 그 과정의 설득력이 없다면 드라마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백년의 유산’에서 박원숙(방영자 회장 역)이 온갖 막장적인 시어머니 역할을 하고 불량식품 제조로 감옥까지 갔다와도 봐줄만 한 것은 중년의 박원숙에게서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서적인 설득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숙이 친딸인 아이유를 대하는 모습은 송미령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이순신 앞에서는 자존심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쩔쩔매기도 한다. 친딸에게 뭔들 못할까 하는 심정이다.
이미숙의 전과 다른 모습으로의 변화는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모성애의 힘이기도 하다. 송미령은 처음에는 악다구니로 가득찬 ‘악녀본색’이 부각됐다면 지금은 욕망에 충실한, 우리 주위에 존재할 만한 이기적인 캐릭터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이미숙이 아이유에게 친모로 인정받고, 딸과 교감하기 위해 일반인들은 감히 소화하기 힘든 판타지적인 패션에서 좀 더 심플하고 조금 현실적인 패션으로 변화를 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현실과 극중에서 위험하지만 절묘한 이미지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이미숙의 영민한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결론을 내려도 될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
